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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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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재기(惺齋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57
성재기
심(心)은 본래 광명(光明)한 물이니, 어떤 미미함도 드러나지 않음이 없고 어떤 그윽함도 비추지 않음이 없어 밝음은 일월과 나란하고 광채는 우주에 통한다. 다만 품부 받은 기에 구애되고 물욕에 가려지게 되면 혹 그 밝음을 훼손함이 없을 수 없는 것이 마치 거울에 먼지가 끼면 아름답고 추함을 구분하지 못하고 물이 흙탕물이 되면 작은 티끌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으니, 이른바 광명보장(光明寶藏)주 173)이라는 것은 한 구역의 암흑 속주 174)이 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밝음을 회복하고 그 광채를 되돌리는 것은 그 방법을 장차 무엇으로 해야 하는가?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도에 들어가는 것은 경(敬)만한 것이 없다."라고 하였고,주 175) 상채(上蔡) 사 선생(謝先生)이 말하기를 "경은 성성(惺惺)하게 하는 법이다."라고 하였으니,주 176) 이것은 만고 유가의 단전(單傳)주 177)과 요결(要訣)이다. 그러나 '성성' 두 글자는 갑자기 형성하기 어려운데, 급하게 하면 어지러워지고 느슨하게 하면 폐하게 되니, 반드시 과정과 절도를 두기를 마치 궁격(窮格)주 178)의 공부와 실천의 실상을 좌우에서 견지하고 안팎으로 서로 기른 뒤에야 조성할 수 있는 것과 같고, 하나의 '성성'자만 지켜서 명료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벗 성재자(惺齋子)가 이것으로 정법안장(正法眼藏)주 179)으로 간주하여 부지런히 노력한 것이 대개 이미 오래 되었으니, 반드시 고생스럽게 이미 시험하여 마음에 묵묵히 계합한 것이 있을 것인데, 모르겠으나 나의 이 말이 자신이 평소 경험한 것과 더불어 크게 어긋남이 있는 데는 이르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이글을 남겨두어 성성(惺惺)의 주해(註解)로 삼고 그렇지 않다면 육정(六丁)주 180)에게 맡겨 혹여 도를 어지럽히는 군더더기 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주석 173)광명보장(光明寶藏)
광명은 불지혜(佛智惠)를 의미하고, 보장은 귀하게 간직된 보물이다. 이 말을 주자가 차용하여 "배우는 사람은 공부를 할 때 반드시 분발하여 마치 안타깝게 무슨 물건을 잃은 사람이 그것을 도로 찾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는 것처럼 해야 한다. 예컨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하나의 커다란 빛나는 보물[一大光明寶藏]을 다른 사람에게 도둑맞았다면 이 마음에 그냥 버려두고 말겠는가. 반드시 훔친 사람을 추적하여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후로 본성이란 뜻으로 쓰였다. 《朱子語類 卷121 訓門人7》
주석 174)암흑 속
원문의 '흑솔솔지(黑窣窣地)'를 풀이한 말인데, 한밤중처럼 빛이 전혀 없어 새까만 것을 형용하는 말이다. 주자가 "사람은 태어날 때 각자 이 이치를 갖추어 태어나는 법이다. 단지 사람으로서 이 이치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온통 암흑과 같이 보이는 것이다.[人之生, 各具此理. 但是人不見此理, 這裏都黑窣窣地.]"라고 한 데서 인용한 말이다. 《朱子語類 卷31 論語13 雍也篇2》
주석 175)정자(程子)가……하였고
《근사록》 권4 〈존양(存養)〉에 나오는데, 정이(程頤)의 말이다.
주석 176)상채(上蔡)……하였으니
《심경부주(心經附註)》 권1에 나온다. 상채 사 선생은 북송(北宋) 때의 학자 사양좌(謝良佐)를 말한다.
주석 177)단전(單傳)
불교 선종(禪宗)의 교리 전수 방식으로, 문자에 의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여 전수하는 것을 가리킨다.
주석 178)궁격(窮格)
궁은 거경궁리(居敬窮理)를 뜻하고, 격은 격물치지(格物致知)를 뜻한다. 거경궁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마음을 반성하여 원리를 규명한다는 뜻이고, 격물치지는 실제적인 사물을 통하여 이치를 궁구함으로써 온전한 지식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주석 179)정법안장(正法眼藏)
학문의 핵심이자 정수라는 의미이다. 원래 불가의 말로 석가가 깨달은 최고의 묘리를 가리킨다. 우주를 밝게 비추는 것을 안(眼), 모든 덕을 포함하는 것을 장(藏)이라 하며, 정법(正法)은 이 안과 장을 구비하는 것이다.
주석 180)육정(六丁)
도교(道敎)에서 이른바 정묘(丁卯)·정사(丁巳)·정미(丁未)·정유(丁酉)·정해(丁亥)·정축(丁丑)의 여섯 정신(丁神)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본래 천제(天帝)의 부림을 받는 신들이다. 《後漢書 卷50 梁節王暢列傳》
惺齋記
心是箇合下光明底物。無微不顯。無幽不燭。至於明並日月。而光徹宇宙。但爲氣禀所拘。物欲所蔽。則或不能無虧損其明。如鑑被塵垢而姸媸無分。水攬泥滓。而纖芥不露。所謂光明寶藏者。不過爲一區黑窣窣地耳。然則所以回其明而反其光者。其道將何以耶。程子曰。入道莫如敬。上蔡謝先生曰。敬是惺惺法。此是萬古斯門單傳要訣也。然惺惺二字。猝難湊泊。急之則錯。緩之則廢。必有課程節度。如窮格之功。踐履之實。左右夾持。內外交養。而後可以有造。非守一惺惺字而謂可以了了也。余友惺齋子。以此看作正法眼藏。孜孜用力。蓋已久矣。必有辛苦已試黙契於心者。則未知愚之此言。與自己平日經歷。不至有大悖否。然則留之爲惺惺之註解。不然。付之六丁。無容爲亂道贅言如何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