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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묵암기(黙庵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56
묵암기
공자께서 위인(爲仁)의 물음주 169)에 답한 것 가운데 "인자는 그 말하는 것을 참아서 어렵게 한다."주 170)라고 한 것이 있고, 사마온공(司馬溫公)이 진심행기(盡心行己)의 질문에 답하기를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음으로부터 시작한다."라고 하였고,주 171) 정자(程子)는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라는 〈언잠(言箴)〉에서 "말을 낼 때에 조급함과 경망함을 금하여야 중심이 이에 고요하고 전일해 진다."라고 하였으니, 대개 마음을 보존하고 덕에 나아가는 요체는 '묵(黙)'이라는 한 글자보다 우선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진실로 능히 침묵하여 스스로 지켜 조급하고 경망한 실수가 없으면 존양(存養)이 순수하고 견고하여 대본(大本)이 확립될 것이다. 학문 사변(學問思辨)과 성찰 천리(省察踐履)의 갖가지 공부가 어찌 일찍이 이 가운데에서 나오지 않겠는가. 옛날 말에 이른바 "연못처럼 고요히 있는 것이 도리어 우레 소리를 낸다."라는 것주 172)이 이것이다.
묵암(黙庵) 주인 김찬배(金燦培)가 90리 길[三舍]을 산 넘고 물 건너 가천(佳川)의 내 집을 방문하여 인하여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감히 과루(寡陋)하다고 스스로 도외시 할 수 없어 그저 들은 것을 외워 나를 멀리하지 않은 뜻에 보답할 뿐이다.
주석 169)위인(爲仁)의 물음
원문의 '答爲仁之'는'答爲仁之問'의 오류로 보고 풀이하였다.
주석 170)인자(仁者)는……한다
사마우(司馬牛)가 인에 대해 질문한 것에 답한 말로, 《논어》 〈안연(顔淵)〉에 나온다.
주석 171)사마온공(司馬溫公)이……하였고
《심경부주》 권2 〈성의장(誠意章)〉에 "유 충정공[유안세(劉安世)]이 사마 온공을 뵙고는 마음을 다하고 몸을 행하는 요점 중에 종신토록 행할 만한 것을 묻자, 공은 '성일 것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또다시 '이것을 행하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공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음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劉忠定公見溫公, 問盡心行己之要, 可以終身行之者, 公曰其誠乎! 又問行之何先? 公曰自不妄語始.]"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172)옛날……것
《장자》 〈재유(在宥)〉에 "시동처럼 가만히 있다가 용처럼 나타나며, 못처럼 고요히 있다가 우레처럼 큰 소리를 낸다.[尸居而龍見, 淵默而雷聲.]"라고 한 것을 변용한 말이다.
黙庵記
孔子答爲仁之有曰。仁者。其言也訒。司馬溫公答盡心行己之問有曰。自不妄語始。程子非禮勿言箴有曰。發禁躁妄。內斯静專。蓋存心進德之要。莫有先於黙之一字矣。苟能沈黙自持。無操妄之失。則存養純固。而大本立矣。學問思辨。省察踐履。種種功夫。何嘗不從此中出耶。古語所謂淵黙却雷聲是也。黙庵主人金燦培。跋涉三舍。過我佳川敝廬。因有一言之請。不敢以寡陋自外。聊誦所聞。以塞其不遐之意云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