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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농헌기(農軒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55
농헌기
나의 벗 김군(金君) 덕언(德彦)이 해망산(海望山) 남쪽에 집을 지었는데, 그 지대는 높으면서도 드러나지 않고 그윽하면서 후미지지 않아 백리의 넓은 들을 끌어당기고 만첩의 여러 산을 끼고 있어 연운(烟雲)·풍월(風月)·죽림(竹林)·천석(泉石)의 승경을 형언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나는 일찍이 여러 벗들을 따라 이 농헌에 올라 놀았는데, 시야가 통하여 시원하고 마음이 깨끗하여 속진의 염려가 마치 눈이 햇살을 보는 것 같이 사라졌다. 한 때에 경험한 것이 오히려 이와 같았는데, 더구나 여기에서 항상 지내는 사람은 어찌 화식(火食)하지 않는 신선의 의상(意象)이 있지 않겠는가. 화식을 하지 않으면 농사를 일삼을 것이 없는데 곧 농헌(農軒)이라 이름을 붙이는가?
무릇 농부는 사민(四民) 중에서 질박하여 화려하지 않고 졸렬하여 기교가 없어, 기관(機關)주 168)이나 속이는 마음이 적고 순실(純實)하고 속임이 없는 천성을 온전히 하여 들에 나가서는 경작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쉬면서 내 힘으로 입고 먹어 남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고 세속과 다툼이 없으니, 그 안한(安閒)하고 활발(活潑)함은 참으로 인간 세상의 한 신선이다. 그렇다면 신선의 고을에 살면서 신선의 방술을 얻은 사람은 그 농헌 주인일 것인저!
주석 168)기관(機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교묘하게 기교를 부리는 것을 말한다.
農軒記
余友金君德彦甫。卜築於海望之陽。其地高而不露。幽而不僻。挹百里之曠野。擁萬疊之群山。烟雲風月竹林泉石之勝。有不可以名狀。余嘗從諸友後。登遊于是軒。眼界通敞。襟懷灑落。世慮塵算。如雪見晛。一時經過。猶尙如此。況恒于此者。豈不有不食烟火底意象耶。不食烟火。無所事於農。而乃以農軒目之耶。夫農於四民。質而不華。拙而不巧。少機關變詐之心。而全其純實無僞之天。出作入息。衣吾食吾。無求於人。無競於俗。其安閒活潑。眞人間之一神仙也。然則居神仙之鄕。面得神仙之術者。其農軒主人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