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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하산기(霞山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54
하산기
하(霞)는 멀다는 뜻이다. 연기도 아니고 구름도 아니며 아지랑이도 아니고 안개도 아니면서 연기와 구름, 아지랑이와 안개 위에 멀리 솟아 있으니, 이것이 영대(靈臺)주 167)가 관측하는 것이고 신선이 깃들어 지내는 곳이다. 천하의 산은 연기와 구름, 아지랑이와 안개 속에 있지 않는 것이 없는데 여기에 유독 '하(霞)' 자로 이름하였으니, 그 고상(高爽)하고 청수(淸秀)한 모습을 대개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하라는 사물은 걷었다 펼치는 것이 일정함이 없고 숨었다 드러나는 것이 방소가 없어 아침저녁으로 모습이 다르고 흐리고 맑음에 따라 기후가 달라 오색의 문양을 토해내고 사시의 경치를 제공함에 자욱하다 흩날려 천만 가지로 변화하지만 산은 실로 여전하다. 대개 지극히 고요하여 바뀌지 않는 체(體)가 그 가운데 보존됨이 있으면 절로 지극히 움직여 쉬지 않는 용(用)이 밖으로 드러남이 있으니, 이것이 천지 만물의 실정이고 학문(學問)과 인도(人道)의 떳떳함이다.
나의 벗 김백현(金伯顯) 군은 그 산에 사는 사람으로 은거하며 뜻을 구하였는데, 그 마음 속 생각을 보건대 마음이 초연하여 만 길 멀리 솟은 기상이 있으니, 대개 그 풍기가 도와 드러내 준 것은 우연이 아닌 점이 있다. 그렇다면 동정 체용(動靜體用)의 이치에 또한 묵묵히 이해하여 가만히 수양하는 것이 있는가? 궁구하지 못한 것을 더욱 궁구하고 부지런히 하지 못한 것을 더욱 부지런히 하여 본원의 바탕으로 하여금 정정(定靜) 순고(純固)하여 털끝만큼이라도 굽힘이 없게 한다면 사위(事爲)의 사이에 드러나는 것은 장차 천만 가지 변화에 응수해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영대(靈臺)의 상서로움을 드러내고 들어와서는 신선의 즐거움을 함께하는 것 같은데 이르러서는 오직 만나는 것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을 뿐이다.
주석 167)영대(靈臺)
중국 고대에 제왕(帝王)이 천문을 관측하기 위해 세운 건축물이다.
霞山記
霞。遐也。非烟非雲。非雺非霧。而遐擧於烟雲雺霧之上。此靈臺之所俟望。仙翁之所棲息也。天下之山。未有不在於烟雲雺霧之中。而此獨以霞名。其高爽淸秀之容。槩可想也。然霞之爲物。捲舒無常。隱現無方。朝暮殊象。陰睛異候。吐五色之文。供四時之景。氤氳飄颻。千變萬化。而山固自如矣。蓋有至靜不易之體。存乎其中。則自有至動不息之用。著見於外。此天地萬物之情。學問人道之常也。余友金君伯顯。其山人也。隱居求志。而見其懷想。衿抱超然。有遐擧萬丈之像。蓋其風氣助發。有非偶然者耳。然則其於動
靜體用之理。亦有所黙會而潛修者否。益窮其所未窮。益謹其所未謹。使本源之地。定靜純固。無一毫撓屈。則其發於事爲之間者。將酬千變應萬化而有餘矣。至若出而呈靈臺之祥。人而同仙翁之樂。則惟在所遇之如何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