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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옥산기(玉山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53
옥산기
《예기》〈학기(學記)〉에 이르기를"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을 이루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무릇 옥이라는 물건은 광물로 바탕으로 하고 있고 박옥(璞玉)으로 온축하고 있어 그 겉은 거칠고 그 본질은 희니, 반드시 숫돌로 다스리고 창(磢)으로 연마해야 하는데 부지런히 다스리면 거친 것이 정밀해지고 오래 연마하면 흰 것이 광채가 난다. 더욱 정밀하고 더욱 광채가 나는 데 이르러 천하의 보배가 이루어 질 수 있으니, 이것이 고인이 학문을 옥에 견주었던 까닭이다. 학문이 이미 조예가 있으면 덕은 진보할 수 있는데, 옥이 온화하면서 윤택함은 인(仁)이고, 치밀하면서 견고함은 지(智)이고, 모가 져도 상처내지 않음은 의(義)이고, 드리워 떨어질 듯함은 예(禮)이고, 부윤(孚尹)이 사방에 두루 통함은 신(信)이라고 하였으니,주 166) 이것이 고인이 덕을 옥에 견주었던 까닭이다. 학문이 이미 성취가 있고 덕이 온전하지 않음이 없으면 출처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극한 보배가 몸에 있으면 실로 바깥에 아름다움을 자랑해서는 불가하고 또 남에게 팔기를 구하는 것이 불가하니,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스스로 자랑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반드시 깨진 옥인 줄 알 것이다. 이것이 고인이 출처를 옥에 견주었던 까닭이다.
사문(斯文) 이영일(李榮一)은 고가(古家)의 이름난 후예이고 우리 고을의 걸출한 선비이다. 옥산(玉山)에 살기에 그것으로 재사에 이름을 붙였는데, 그 뜻을 취한 것은 생각건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감히 빈말로 언급할 수 없어 삼가'옥(玉)'한 글자를 거론하여 붕우 간에 절차탁마하는 뜻을 다할 뿐이다.
주석 166)옥이……하였으니
《예기》 〈빙의(聘義)〉에 나오는 말이다. 부윤(孚尹)에 대해 정현(鄭玄) 주(注)에는 "옥의 채색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玉山記
禮曰。玉不琢。不成器。人不學。不知道。夫玉之爲物。藉之以礦。蘊之以璞。其殼也麤。其質也素。必攻之以礛。磨之以磢。攻之勤則麤者精。磨之久則素者光。至於益精益光。而天下之寶。得以成焉。此古人所以比學於玉也。學旣有造。則徳可以進。溫而澤仁也。密而栗知也。廉而不劌義也。垂之如墜禮也。孚尹房達信也。此古人所以比德於王也。學旣有成。德無不全。則可以語出處矣。至寶在躬。固不可以誇美於外。又不可以求售於人。若有一毫自衒之心。吾見其必敗玉矣。此古人所以此出處於玉也。李斯文榮一。古家名裔。吾鄕偉儒。所居玉山。因以名齋。其意所取。想不出此。余亦不敢以謾語及之。謹擧玉一字。以效朋友切磨之義云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