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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옥연정기(玉蓮亭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52
옥연정기
주 부자(朱夫子) 시에 이르기를 "강을 건너 연꽃 따니, 열 번이나 반복해도 마음에 싫증나지 않네. 무극옹을 만나지 못하였으니, 깊은 속마음 마침내 누가 알아주랴.[涉江采芙蓉, 十反心無斁. 不遇無極翁, 深衷竟誰識?]"라고 하였는데,주 161) 읽을 때마다 사물에 의탁하여 정을 붙여 감개가 무량한 뜻을 볼 수 있었다.
무릇 연(蓮)이라는 사물은 《시경》에 드러나고〈이소(離騷)〉에 보이고 여러 시인들이 읊조린 작품에 섞여 나오는데, 염계 부자(濂溪夫子)의 〈애련설(愛蓮說)〉에 이르러 비로소 발휘되어 남은 뜻이 없게 되었고, 이어서 그 속마음을 깊이 얻은 것이 있으니, 바로 주 부자의 이 시이다. 이것은 양춘(陽春)의 원기는 천년에 한 맥으로 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노사 선생(蘆沙先生)주 162)의 증손 눌경(訥卿) 씨가 연(蓮) 꿈을 꾸고 연을 얻어 인하여 연못에 심고는 그 가에 정자를 지어 편액을 옥연(玉蓮)이라 하였다. 옛날에 매화·소나무·꽃·풀에 대해 꿈을 꾼 것이 하나가 아니고 많이 있다. 대개 성리 사화(聲利詞華)와 유방 사상(遊放思想)의 정이 각각 그 유(類)로써 응한 것이다. 지금 눌경의 뜻이 성리 사화와 유방 사상의 사이에 있지 않으니, 힘쓰고 힘써 기대할 것은 오직 가정의 사업과 염민(濂閩)주 163)의 학문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꿈속에 드러남이 있는 것은 생각건대 또한 한가로운 초목에 있지 않을 것이다.
오호라, 슬프도다! 이 때가 어느 때인가? 완악한 음의 기운이 긴 밤을 이루고 천지가 막혔으니, 원컨대 눌경은 그 뿌리를 깊이 숨기고 그 아름다움을 잘 감추어 박괘(剝卦)의 위주 164)와 복괘(復卦)의 아래주 165)에서 먹히지 않는 종자로 삼으면 내 장차 옥련의 한 가지를 보고서 봄이 오는 소식을 찾을 것이네.
주석 161)주 부자(朱夫子)……하였는데
주자의 시 〈봉동장경부성남십이영(奉同張敬夫城南二十詠)〉가운데 열 넷째 탁청(濯清) 시를 말한다.
주석 162)노사 선생(蘆沙先生)
정의림의 스승 기정진(奇正鎭, 1798~1879)을 말한다.
주석 163)염민(濂閩)
염계(濂溪)와 민중(閩中)으로, 염계는 호남성(湖南省)에 있는데 주돈이(周敦頤)가 살던 곳이고, 민중은 복건성(福建省)에 있는데 주희(朱熹)가 살던 곳이다.
주석 164)박괘(剝卦)의 위
《주역》 〈박괘(剝卦) 상구(上九)〉에 "큰 과일은 먹히지 않는다.[碩果不食]"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165)복괘(復卦)의 아래
《주역》 〈복괘(復卦) 초구(初九)〉에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오는지라 후회하는 데 이르지 않으니, 크게 선하여 길하다.[初九, 不遠復, 毋祗悔 元吉.]"라고 한 것을 말한다.
玉蓮亭記
朱夫子詩曰。涉江采芙蓉。十反心無斁。不遇無極翁。深衷竟誰識。每讀之。可見其托物寓情感慨不盡之意。夫蓮之爲物。著於詩。見於離騷。雜出於諸家歌詠之作。至濂溪夫子愛蓮說。始發揮之無餘蘊。繼之而有深得其衷者。卽朱夫子此詩也。此非陽春元氣千載一脈也耶。蘆沙先生曾孫訥鄕甫。夢蓮得蓮。因栽于池。築亭其上。題其顔曰玉蓮。古有夢梅夢松夢花夢草。不一而多矣。蓋其聲利詞華遊放思想之情。各以其類而應焉。今訥卿之志。不在於聲利詞華遊放思想之間。而所以勉勉期待者。惟是家庭之業。濂閩之學而已。然則其有以發於夢寐者。想亦不在於閒草木也。嗚乎悲夫。此時何時。頑陰長夜。九野閑塞。願訥卿深晦其根。好藏其艶。以爲剝上復下不食之種也。吾將視玉蓮一枝。以訪開春消息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