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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송탄기(松灘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51
송탄기
회옹(晦翁)의 시에 이르기를 "평생 비바람 부는 저녁이면, 매번 명절의 어려움을 생각하네.[平生風雨夕, 每念名節難.]"라고 하였으니,주 159) 풍우는 어느 때 불며, 명절은 어떤 일이며, 회옹이 탄식을 발한 것은 무슨 뜻인가?
오호라! 천하에 선치(善治)가 없었던 것이 오래 되었다. 그러나 선치의 도를 강론하여 밝혀 사람을 선하게 하고 후세에 전하여 한 가닥 양의 기운을 천하에 보존하는 것은 선비 된 자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선비의 추향이 예스럽지 못한 것이 또한 이미 오래 되었다. 이름을 따르고 실상을 잊으며 이익을 보고 의를 배반하여 평소 한가로운 날에도 동서로 넘어지고 기울어 이미 능히 스스로를 부지하지 못하는데, 더구나 비바람을 예측할 수 없는 때에야 어떠하겠는가. 온갖 초목이 모두 병들고 온갖 나무가 함께 시들어 심지어 난초가 변하여 쑥대가 되고 혜초가 변하여 띠 풀이 되지만 세한(歲寒)의 기약을 잃지 않는 것은 오직 시냇가의 푸른 소나무뿐이다.
나의 벗 송탄자(松灘子)는 평소 강개하여 어울리는 사람이 적었으니, 까닭에 지극한 뜻을 무의(無意)에 깃들이고 지극한 정을 무정(無情)에 의탁하여 조석으로 서성이며 배회할 곳으로 삼았으니, 생각건대 이것이 회옹이 탄식을 발한 뜻이 아니지는 않을 것이다. 내 장차 한 번 찾아가 물어보고 인하여 가르침에 의지하기를 마치 조라(蔦蘿)가 뻗는 듯이 할 것이다.주 160)
주석 159)회옹(晦翁)의……하였으니
이 시는 남헌(南軒) 장식(張栻)의 시 〈양정방을 보내며[送楊廷芳]〉3수 가운데 셋째 수에 나온다. 정의림의 착오로 보인다.
주석 160)조라(蔦蘿)……것이다
《시경》 〈소아(小雅) 규변(頍弁)〉에 "겨우살이와 여라가 송백에 뻗어 있네[蔦與女蘿, 施于松柏.]"라고 한 데서 인용한 말이다.
松灘記
晦翁詩曰。平生風雨夕。每念名節難。夫風雨何時。名節何物。晦翁之所以發歎何意。嗚乎。天下之無善治久矣。然講明善治之道。淑諸人。傳諸後。以存一縷陽脈於天下者。其非爲士者之責耶。士趨之不古。亦已久矣。徇名而忘實見利而背義。在平常燕閒之日。而東倒西歪。已不能自持。況於風雨不測之時乎。百卉具腓。萬樹同凋。以至蘭變爲蕭。蕙化爲茅。而不失其爲歲寒之期。惟是澗畔蒼然者耳。余友松灘子。平生慷慨。寡諧於人。所以寓至意於無意。托至情於無情。以爲日夕盤桓之地者。想未必不是晦翁發歎之意也。余將一造而問焉。因以依附下風。如蔦蘿之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