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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신묵재기(愼默齋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50
신묵재기
성현의 말씀이 여러 책이나 경전에 드러난 것은 절실하고 요긴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지극히 절실하고 지극히 요긴하여 한마디로 포괄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신(愼)' 자일 것이다.
염려(念慮)의 미미함으로부터 일과 행위가 드러남에 이르기까지와 밥 먹고 숨 쉬는 잠깐 사이로부터 사생(死生)의 즈음에 이르기까지 긍긍업업(兢兢業業)주 158)하는 것은 이 뜻이 아님이 없으니, 공이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형제와 우애롭게 지내며 몸을 단속하고 행실을 신칙하여 안팎으로 원망이 없도록 하는 것은 또한 어찌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있겠는가.
상유(桑楡)의 만경(晚景)이 문득 팔순에 임박하여 세상 빚을 다 갚고 정력(精力)을 거두어 아끼며 무릎 모으고 눈을 감고서 조용하고 고요한 여가에 궤석(几席)의 사이에 그 연연(淵淵)하고 잠묵(潛默)한 상이 있는 것을 항상 보면서 신묵(愼默)이라 하였으니, 비록 두 가지 일이 아니지만 단지 이 두 글자를 80년 동안 수용해도 오히려 다하지 않는 맛이 있어 나이가 부족한 줄도 몰랐으니, 공경하고 공경할 만하다.
오호라! 우리 고을의 장덕(長德)으로 선친의 항렬에 계시는 분이 지금 모두 돌아가셨으니, 애달프게도 이 고로(孤露)한 내가 우리 어른을 향모한 것이 또 어찌 덕을 고찰하는 한 가지 일 때문이었겠는가.
주석 158)긍긍업업(兢兢業業)
매우 조심하며 삼가는 모양을 가리킨다. 《서경》 〈우서(虞書) 고요모(皐陶謨)〉에 "안일함과 욕심으로 제후들을 가르치지 말아서 삼가고 두려워하소서. 하루 이틀 사이에도 기미가 만 가지나 됩니다.[無敎逸欲有邦, 兢兢業業. 一日二日萬幾.]"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愼默齋記
聖賢之言。著於群書群經者。無非切要。而求其至切至要一言可蔽者。其愼乎。自念慮之微。至於事爲之著。自食息之頃。至於死生之際。兢兢業業。無非這義。則公之所以孝於親。友於兄弟。律身勅行。內外無怨者。亦豈有以外於此乎。桑楡晚景。奄迫八耋。了還世債。收嗇精力。斂滕瞑目。從容靜暇。几席之間。常見其有淵淵潛默之象。曰愼曰默。雖非二物。而只此二字。八十年受用。猶有不盡之味。不知年數之不足。可敬可敬。嗚乎。吾鄕長德。居先人行。今皆淪落。哀此孤露之所以慕向於吾丈者。又豈考德一事而已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