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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삼천기(三川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48
삼천기
삼천(三川)의 물이 능주(綾州) 남쪽 삼방산(三坊山)에서 발원한 것은 모두 수 천 개의 근원이다. 가파르고 험한 암석을 지나고 무성하게 우거진 숲을 뚫고 나와 혹 숨었다가 혹 드러나며 답답하게 펼치지 못하여 졸졸 흘러 모이고 조금씩 받아들이다가 삼천에 이르러 합해진 뒤에 시원스레 분방하게 흐르다가 깊숙이 물이 고이면 멀리 하늘 빛 머금고 평평하게 옥거울이 열려 자윤(滋潤)의 윤택함이 크고 관개(灌漑)의 이로움이 넓다.
나의 벗 정군(鄭君) 선경(善敬)이 삼천강 가에 집을 짓고 인하여 호로 삼았다. 대개 그의 운명이 좋지 못하여 어려서부터 풍상(風霜)의 세겁(世劫)과 신산(辛酸)의 세미(世味)에 대해 경험하고 맛보지 않음이 없었다. 마음에 곤궁하고 생각이 어려움에 걸려주 148) 답답하고 막힌 지 날이 오래였다. 더 늙기 전에 속리 그 길을 돌려 번거로움을 사절하고 고요한데 나아가 독서하며 몸을 단속할 계획을 하였다.
오호라! 군이 전날 만난 것은 산 아래의 샘이 아님이 없으니, 지금부터 이후로 험한 가운데에서 나와 시원스레 분방하기를 삼천과 같음이 없을 줄 어찌 알겠는가. 《주역》 〈몽괘(蒙卦) 상(象)〉에 "산 아래에서 샘물이 나오는 것이 몽이니, 군자가 보고서 행실을 과단성 있게 하며 덕을 기른다."라고 하였으니, 원컨대 여기에 더욱 힘쓰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주석 148)마음에……걸려
《맹자》 〈고자 하(告子下)〉에 "사람은 항상 과실이 있은 뒤에 능히 고치니, 마음에 곤궁하고 생각이 어려움에 걸린 뒤에야 분발한다.[人恒過然後, 能改, 困於心, 橫於慮而後, 作.]"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三川記
三川之水。發於綾南三坊之川者。凡幾千源矣。經巖石之險阻。穿林莽之蓁塞。或伏或見。欝而朱暢。涓涓相聚。勺勺相受。至於三川合而後。豁然奔放。淵然渟滀。遙涵天光。平開玉鑑。滋潤之澤大。灌漑之利博。余友鄭君善敬甫。家於三川之上。因以號焉。蓋其命道不媚。自少。於風霜世劫。辛酸世味。無不䦧歷而嘗試焉。困心衡慮。拂欝窒塞。爲日久矣。迨其未老而亟反其轍。謝煩就靜。爲讀書勅躬計。嗚乎。君前日之遭遇。未嘗不是山下之泉。則自今以往。安知無出乎險中。而豁然奔放如三川者乎。易蒙之象曰。山下出泉蒙。君子以果行育德。願於此。加勉焉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