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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삼천기(三川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삼천기
삼천(三川)의 물이 능주(綾州) 남쪽 삼방산(三坊山)에서 발원한 것은 모두 수 천 개의 근원이다. 가파르고 험한 암석을 지나고 무성하게 우거진 숲을 뚫고 나와 혹 숨었다가 혹 드러나며 답답하게 펼치지 못하여 졸졸 흘러 모이고 조금씩 받아들이다가 삼천에 이르러 합해진 뒤에 시원스레 분방하게 흐르다가 깊숙이 물이 고이면 멀리 하늘 빛 머금고 평평하게 옥거울이 열려 자윤(滋潤)의 윤택함이 크고 관개(灌漑)의 이로움이 넓다.
나의 벗 정군(鄭君) 선경(善敬)이 삼천강 가에 집을 짓고 인하여 호로 삼았다. 대개 그의 운명이 좋지 못하여 어려서부터 풍상(風霜)의 세겁(世劫)과 신산(辛酸)의 세미(世味)에 대해 경험하고 맛보지 않음이 없었다. 마음에 곤궁하고 생각이 어려움에 걸려주 148) 답답하고 막힌 지 날이 오래였다. 더 늙기 전에 속리 그 길을 돌려 번거로움을 사절하고 고요한데 나아가 독서하며 몸을 단속할 계획을 하였다.
오호라! 군이 전날 만난 것은 산 아래의 샘이 아님이 없으니, 지금부터 이후로 험한 가운데에서 나와 시원스레 분방하기를 삼천과 같음이 없을 줄 어찌 알겠는가. 《주역》 〈몽괘(蒙卦) 상(象)〉에 "산 아래에서 샘물이 나오는 것이 몽이니, 군자가 보고서 행실을 과단성 있게 하며 덕을 기른다."라고 하였으니, 원컨대 여기에 더욱 힘쓰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 주석 148)마음에……걸려
- 《맹자》 〈고자 하(告子下)〉에 "사람은 항상 과실이 있은 뒤에 능히 고치니, 마음에 곤궁하고 생각이 어려움에 걸린 뒤에야 분발한다.[人恒過然後, 能改, 困於心, 橫於慮而後, 作.]"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三川記
三川之水。發於綾南三坊之川者。凡幾千源矣。經巖石之險阻。穿林莽之蓁塞。或伏或見。欝而朱暢。涓涓相聚。勺勺相受。至於三川合而後。豁然奔放。淵然渟滀。遙涵天光。平開玉鑑。滋潤之澤大。灌漑之利博。余友鄭君善敬甫。家於三川之上。因以號焉。蓋其命道不媚。自少。於風霜世劫。辛酸世味。無不䦧歷而嘗試焉。困心衡慮。拂欝窒塞。爲日久矣。迨其未老而亟反其轍。謝煩就靜。爲讀書勅躬計。嗚乎。君前日之遭遇。未嘗不是山下之泉。則自今以往。安知無出乎險中。而豁然奔放如三川者乎。易蒙之象曰。山下出泉蒙。君子以果行育德。願於此。加勉焉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