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성헌기(省野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43
성헌기
성(性)은 실로 동일하여 사람에게 보존 된 것 또한 그다지 서로 멀지 않다. 그러나 지우(知愚) 현불초(賢不肖)의 나뉨과 길흉화복(吉凶禍福) 성패존망(成敗存亡)의 자취는 천차만별이어서 끝이 없는 것이 있음은 어째서인가? 대개 호리(毫釐)의 즈음에 향배(向背)의 기미는 단지 성찰함과 성찰하지 못함이 어떠한가에 달려있을 뿐이다. 제순(帝舜)께서는 대성(大聖)인데도 자주 성찰하라는 경계를 받았고,주 125) 증자(曾子)는 대현(大賢)인데도 삼성(三省)주 126)의 말이 있었는데, 더구나 그 보다 못한 사람이야 어떠하겠는가. 그렇다면 '성(省)'이라는 한 글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날마다 사용하는 제일의 참 진리여서 잠시라도 몸에서 떨어지게 해서는 불가한 것이다.
나의 벗 오군(吳君) 영지(永之)주 127)가 문미에 붙일 만한 한 마디를 청하였다. 영지는 지사(志士)인지라, 그 뜻은 반드시 보통 바라보려는 계획에 있지 않을 것이니, 표시하여 새겨서 항상 바라보는 것의 중요한 것이 되는 것은 어찌 이것보다 나은 것이 있겠는가. 단목씨(端木氏)의 서(恕)주 128)와 원성공(元城公)의 성(誠)주 129)과 더불어 전후로 일자부(一字符)가 되고 종신토록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식이 몽매하여 의리에 의심스러움이 있으면 비록 스스로 성찰하려고 해도 그 방법은 말미암을 것이 없을 것이다. 원컨대 영지는 독서하여 궁구하는 공부를 더욱 더하여 시비(是非)와 진망(眞妄)으로 하여금 구분되는 것이 있게 하면 성찰하는 공부를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릇 심술(心術) 염려(念慮)의 은미함과 용모(容貌) 위의(威儀)의 사이와 사물(事物) 응접(應接)의 즈음에 무엇인들 내가 마땅히 성찰해야할 곳이 아니겠는가. 어느 곳인들 그러하지 않음이 없고 어느 때인들 그러하지 않음이 없어 흠뻑 젖어들어 융화되어 날마다 원대함을 궁구하면 문미 끝의 한 '성' 자가 순임금의'누성(屢省)'과 증자의 '삼성(三省)'을 이어서 이 세상에 명성이 있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주석 125)제순(帝舜)께서는……받았고
《서경》 〈우서(虞書) 익직(益稷)〉에 제순(帝舜)이 "하늘의 명을 삼갈진댄 때마다 삼가고 기미마다 삼가야 한다.[則天之命, 惟時惟幾.]"라고 하고, 이에 노래하기를, "고굉이 기쁘게 일하면 원수가 흥기하고 백공이 기뻐한다.[股肱喜哉, 元首起哉, 百工熙哉.]"라고 하니, 고요(皐陶)가 "유념하시어 신하들을 거느리고 일을 일으키시되 법도를 삼가 공경하시며, 일이 이루어지는가를 자주 살펴 공경하소서.[念哉, 率作興事, 愼乃憲, 欽哉, 屢省乃成, 念哉.]"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126)삼성(三省)
《논어》 〈학이(學而)〉에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나는 날마다 세 가지로 내 몸을 살피나니, 남을 위하여 일을 도모해 줌에 충성스럽지 못한가? 붕우와 더불어 사귐에 성실하지 못한가? 전수받은 것을 복습하지 않는가? 이다.[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127)오군(吳君) 영지(永之)
오장섭(吳長燮, 1862~?)을 말한다. 자는 영지, 본관은 보성(寶城)이다.
주석 128)단목씨(端木氏)의 서(恕)
단목은 자공(子貢)의 성(姓)이고 이름은 사(賜)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종신토록 행할 만한 한 마디 말이 있습니까?[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라고 묻자, 공자가 "서일 것이다.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것이다.[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라고 하였다. 《論語 衛靈公》
주석 129)원성공(元城公)의 성(誠)
원성공은 송(宋)나라의 유안세(劉安世)를 가리키는데 그가 원성에 살았으므로 이렇게 부른 것이다. 유안세는 성격이 강직하여 휘종(徽宗) 때 간신 장돈(章惇)과 채변(蔡卞)에게 미움을 받고 7번이나 유배를 당하여, 멀리 광주(廣州) 및 광서(廣西) 지방을 전전하였으나 하루도 병든 적이 없다. 어떤 사람이 비결을 묻자 "성실함[誠]뿐이다."라고 대답하였는데, 이는 스승 사마광(司馬光)이 평생토록 마음을 다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요체로 꼽은 덕목이었다. 《宋史 卷345 劉安世列傳》 《宋元學案 卷20 元城學案》
省野記
性固一也。而其存乎人者。亦不甚相遠也。然而知愚賢不肖之分。吉凶禍福成敗存亡之跡。千差萬別。有不可紀極者何歟。蓋其毫釐之際。向背之幾。只在於省不省如何耳。帝舜以大聖而有屢省之戒。曾子以大賢而有三省之語。況其下者乎。然則省一字。是人生日用第一眞詮。而不可斯須去身者也。余友吳君永之。請一語可以鎭楣者。永之志士也。其意必不在於尋常觀瞻之計。所以標銘而爲常目之要者。豈有以加於此者哉。可與端木氏之恕。元城公之誠。前後爲一字符。而有終身用之者矣。然知識蒙蔽。義理有疑。則雖欲自省。其道無由。願永之更加讀書窮索之功。使是非眞妄。有所分落。可以下省之之功。凡心術念慮之微。容貌威儀之間。事物應接之際。夫孰非吾合省之地哉。無處不然。無時不然。沈浸融洽。日究遠大。則安知楣端一省字。不繼屢省三省而有聲於斯世也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