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구씨 영모재 중수기(具氏永慕齋重修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40
구씨 영모재 중수기
죽수(竹樹)주 106)의 동쪽 연주산(聯珠山)은 고 평장사 구공(具公)의 묘소가 있는 곳이고, 산 아래에 날개를 펼친 듯 운림(雲林)의 끝에 있는 것은 바로 그 자손들의 영모재(永慕齋)이다. 대개 상재(桑梓)의 생각주 107)과 상로(霜露)의 감회주 108)를 깃들이고, 노래하고 곡하며 종족을 모으는 장소로 삼았으니, 마치 진씨(甄氏)의 사정(思亭)주 109)과 황씨(黃氏)의 망고정(望考亭)주 110)과 같았다. 오직 선조를 사모하는 마음이 무궁하다면 이 재사 또한 장차 자손과 더불어 시종 함께 할 것이니 다르게 보아서는 불가하다. 이 때문에 전후로 수백 년 동안 무너지는 대로 수리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후손 본수(本修)가 개탄스러운 심정으로 생각을 내어 도모가 여러 종친에게 미쳤는데, 모모가 그 일을 주관하고 모는 그 재정을 담당하고 모모는 그 일을 감독하여 처음부터 마칠 때까지 5개월 만에 공사가 끝났다. 기울어진 것은 바로 세우고 느슨해진 것은 견고하게 하고 세월이 흘러 퇴색 된 것은 깨끗하게 새롭게 하여, 청(廳)·당(堂)·문(門)·무(廡)가 환하게 모습을 바꾸었으니, 《서경》의 이른바 "긍구긍당(肯構肯堂)"주 111)과 《시경》의 이른바 "사속비조(似續妣祖)"주 112)를 모두 볼 수 있다.
오호라! 고심하고 정성과 힘을 다해 애써 주선하여 여기에 이른 것은 단지 조석으로 첨모(瞻慕)하여 저존(著存)의 정성주 113)을 지극하게 하고 밤낮으로 강론하고 수양하여 계술(繼述)할 방범을 궁구하여 안으로는 집안의 기대가 되고 밖으로는 나라의 빛이 되는 것이니, 이 재사에 노니는 사람은 어찌 서로 면려하지 않겠는가.
주석 106)죽수(竹樹)
전라남도 화순군(和順郡)의 옛 이름이다.
주석 107)상재(桑梓)의 생각
부모가 살던 고향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시경》 〈소아(小雅) 소반(小弁)〉에 "부모가 심은 뽕나무와 가래나무도 반드시 공경한다.[維桑與梓, 必恭敬止.]"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108)상로(霜露)의 감회
돌아가신 부모나 선조를 슬퍼하며 사모한다는 뜻이다. 《예기》 〈제의(祭義)〉에 "가을에 서리와 이슬이 내리면 군자가 이것을 밟고 반드시 서글퍼지는 마음이 있으니, 추워서 그러한 것이 아니다.[霜露旣降, 君子履之, 必有悽愴之心, 非其寒之謂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109)진씨(甄氏)의 사정(思亭)
송(宋)나라 때 진씨(甄氏) 집안의 사람인 진군(甄君)의 정자인데, 조상을 추모하기 위한 정자를 가리킨다. 진씨 집안은 원래 서주(徐州)의 부호였는데, 진군 때에 이르러 집안이 가난해졌다. 이에 부모 형제가 죽어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형편이라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영구(靈柩)를 여럿 마련하여 함께 장사 지내고 무덤가에 집을 지었다. 그러자 당시 문장가인 진사도(陳師道)가 그 내력과 조상을 사모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정기(思亭記)〉를 지었다.
주석 110)황씨(黃氏)의 망고정(望考亭)
오대(五代) 남당(南唐) 때 황자릉(黃子稜)이 아버지의 무덤을 멀리 바라보기 위해 지은 정자이다.
주석 111)긍구긍당(肯構肯堂)
자손이 선조의 유업(遺業)을 잘 계승한다는 뜻이다. 《서경》 〈주서(周書) 대고(大誥)〉에 "만일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고 이미 그 규모를 정해 놓았는데도 그 아들이 기꺼이 당의 터도 마련하려고 하지 않는데, 하물며 기꺼이 당을 짓고자 하겠는가.[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弗肯堂, 矧肯構?]"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112)사속비조(似續妣祖)
자손이 선조의 유업(遺業)을 계승한다는 뜻이다. 《시경》 〈소아(小雅) 사간(斯干)〉에 "선조를 계승하여 담장이 백도나 되는 집을 지었네.[似續妣祖, 築室百堵.]"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113)저존(著存)의 정성
돌아가신 어버이에 대해 사랑과 정성을 다 들이면 살아 계신 듯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으로, 공경히 제사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 《예기》 〈제의(祭義)〉에 후손이 조상에 대하여 "사랑을 다하면 혼령이 보존되고, 정성을 다하면 혼령이 드러난다.[致愛則存, 致慤則著.]"라는 말에서 나왔다.
具氏永慕齋重修記
竹樹之東。聯珠之山。故平章事具公衣履之藏。山下翼然。在雲林之端。卽其子孫永慕之齋也。盖以寓桑梓之思。霜露之感。而爲歌哭聚族之地。如甄氏之思亭。黃氏之望考亭也。惟是慕先之心爲無窮已。則此室亦將與子孫相終始。而不可以差殊觀也。是以前後數百年。隨敝隨補。非止一再。後孫本修。慨然發慮。謀及諸宗。某某尸其事。某掌其財。某某董其役。首尾五朔。功役告訖。傾側者峻直。縱弛者鞏固。漫漶者鮮新。廳堂門廡。煥然改觀。書所謂肯構肯堂。詩所謂似續妣祖。皆可見。嗚乎。苦心血力。拮据至此者。只是朝夕瞻慕以致著存之誠。夙夜講修以究繼述之方。內以爲門戶之望。外以爲邦國之光。遊此室者。盍相勉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