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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해은기(海隱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37
해은기
발굽에 고인 물이나 표주박에 담긴 물로부터 도랑이나 시냇물에 이르기까지 백 갈래 만 갈래 온갖 물줄기들이 가까이 흐르고 멀리 흘러서 서로 모이고, 큰물이 서로 만나 합쳐지고 또 합쳐지며, 쌓이고 또 쌓여 어느 한줄기도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으니, 이것이 바다가 물의 나라가 되는 이유이다.
아, 해은(海隱) 조공(趙公)이 출신(出身)하여 벼슬길에 오른 뒤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에 벼슬에서 물러나 천 리 머나먼 바닷가 모퉁이에서 품었던 생각이 무엇이겠는가? 옛사람 중에 맑은 샘을 보고서 서울을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고주 91), 우물을 치는 것을 보고 임금이 명철해질 것을 생각한 사람이 있었는데주 92), 하물며 온갖 냇물이 모여드는 바다를 바라보며 아득히 국중(國中 한양)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에 당시 호를 취한 뜻이 단지 평범하게 은거를 뜻하는 것에 비견될 뿐만이 아님을 알 수 있으니, 벼슬에 나아가든 벼슬에서 물러나든 단연코 다른 뜻이 없음을 대략 상상할 수 있다. 공이 살아계셨을 때에 한번 나아가서 "산에는 개암나무가 있다네."주 93)라는 몇 곡조에 화답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주석 91)맑은……있었고
《시경》 〈하천(下泉)〉 에 "차가운 저 하천이여, 우 수북이 자라는 잡초를 잠기게 하도다. 개연히 내 잠 깨어 탄식하니, 저 주나라 서울을 생각하노라.[冽彼下泉, 浸彼苞稂. 愾我寤嘆, 念彼周京.]"라고 한 데서 인용한 것으로, 〈모시서〉에 의하면, 이 시는 주나라 왕실이 쇠망해 감에 따라 작은 나라가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것을 한탄한 것이라 하였다.
주석 92)우물……있었는데
《주역》 〈정괘(井卦) 구삼(九三)〉에 "우물을 깨끗이 청소했는데도 먹어 주지 않아서 나의 마음이 안타깝다. 내가 그 물을 길어 줄 수 있으니, 임금이 현명하면 함께 그 복을 받으리라.[井渫不食, 爲我心惻. 可用汲. 王明竝受其福.]"라는 말이 있다.
주석 93)산에는……있다네
나라를 걱정하고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 시이다. 《시경》 〈패풍(邶風) 간혜(簡兮)〉에 "산에는 개암나무가 있고, 진펄에는 감초가 있도다. 누구를 생각하는가, 서방의 미인이로다. 저 미인은 서방 사람이로다.[山有榛, 隰有苓. 云誰之思? 西方美人. 彼美人兮, 西方之人兮.]"라고 한 데서 인용한 것으로, 서방의 미인은 서주(西周)의 훌륭한 왕을 가리킨다.
海隱記
自蹄涔蠡勺之微。至於溝澮溪澗。百川萬流。遠近相聚。大水相遇。合之又合。積之又積。無一不朝宗於海。此海所以爲水之國也。噫。海隱趙公出身仕路。白首懸車。海隅千里。所懷維何。古人有見洌泉而念京師者。有見渫井而思王明者。況觀乎大海百川朝宗之所。而可無悠悠戀國之心耶。乃知當日取號之意。 非直爲尋常志居之比。而進憂退憂。斷斷無他之意。槩可想矣。恨未及在時一造。以和山有榛數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