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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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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기(靜齋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28
정재기
한 번의 동함과 한 번의 정함주 66)은 천지(天地)가 닫히고 열리는 기틀이고, 음양(陰陽)이 유행하는 자취이며, 인심(人心)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묘리이니, 서로 있어야 하고 서로 없어서는 안 되며, 서로 의존해야 하고 서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덕(德)주 67)으로 말하면 정(貞)이 줄기가 되고, 본성으로 말하면 의(義)가 바탕이 되며주 68), 사시(四時)로 말하면 겨울이 갈무리의 시기가 되니주 69), 이것이 사람의 준칙을 세울 때에 고요함을 주장하는 이유이다.주 70) 하물며 우리들은 나이와 정력이 이미 저물어 가서 쇠퇴함이 날로 심해져 가니, 이는 천시(天時)에서 한 해의 겨울이 아니겠는가.
형체는 동작의 형세를 따를 수 없고, 정력은 사색의 번민을 꿰뚫을 수 없으니, 오직 수습하고 검속하며, 사리사욕을 없애고 말수를 줄여서 마치 나뭇잎이 떨어지는 가을철에 바싹 마른 나무가 뿌리를 감추고, 만물이 얼어붙는 엄동설한의 계절에 땅속에 칩거하는 벌레가 자신을 보존하는 것처럼 선천(先天)에서 속세를 잊어버리고 상유(桑楡)에 남아 있는 빛을 되돌려 조용하고 한가롭게 여생이 다할 날을 기다릴 뿐이다. 이것이 노년을 살아가는 계책일 것이다.
나의 벗 박공(朴公) 인여(仁汝)가 고요함[靜]을 한 글자의 부절(符節)로 삼아 집의 편액에 써서 표시한 것은 이런 뜻이 아니겠는가. 흰 머리를 서로 바라보는 처지로 서로 위로할 길이 없기에 삼가 집에 명명한 뜻을 써서 마음을 부친다.
주석 66)한 번의……정함
주돈이(周敦頤)가 지은 〈태극도설(太極圖說)〉에 "태극이 동하여 양을 낳고 동이 극에 달하면 정하고, 정하여 음을 낳고 정이 극에 달하면 다시 동한다. 한 번 동함과 한 번 정함이 서로 그 뿌리가 된다.[太極動而生陽, 動極而靜, 靜而生陰. 靜極復動. 一動一靜, 互爲其根.]"라는 말이 보인다.
주석 67)덕(德)
《주역》 〈건괘(乾卦)〉에 나오는 건도(乾道)의 네 가지 덕인 원(元)ㆍ형(亨)ㆍ이(利)ㆍ정(貞)을 가리킨다.
주석 68)본성으로……되며
사람은 태어날 때에 건도(乾道)의 네 가지 덕인 원(元)ㆍ형(亨)ㆍ이(利)ㆍ정(貞)을 받아서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 네 가지 본성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주석 69)사시(四時)로……되니
《사기》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 "무릇 봄에 생겨나고 여름에 자라며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하니, 이는 천도의 큰 법이다.[夫春生夏長, 秋收冬藏, 此天道大經也.]" 하였다.
주석 70)이것이……이유인데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에 "성인은 중ㆍ정ㆍ인ㆍ의로 정하되 고요함을 주장하여 사람의 준칙을 세웠다.[聖人定之以中正仁義而主靜, 立人極焉.]"라는 구절이 보인다. 《古文眞寶 後集 卷10》
靜齋記
一動一靜。是天地闔闢之機。陰陽流行之迹。人心生生之妙。可以相有而不可以相無。可以相須而不可以相妨。然以言乎德則貞爲幹。以言乎性則義爲質。以言乎時則冬爲藏。此立人極者。所以主乎靜也。而況吾輩年力已邁。衰替日深。此非天時一歲之冬乎。形體不足以服動作之勢。精力不足以貫思索之煩。惟是收拾斂束。恬澹簡黙。如枯槁之木。晦根於搖落之時。封蟄之蟲。存身於嚴凝之節。忘劫塵於先天。回餘光於桑楡。從容閒暇以俟餘日。此是老年活計也。余友朴公仁汝。以靜爲一字符。而標題於齋顔者。非此意耶。白首相望。無以相慰。謹書其名齋之義以寄情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