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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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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헌기(鶴軒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22
학헌기
죽수(竹樹 능주(綾州)) 남쪽 20리에 화학산(華鶴山)주 50)이 있는데, 산이 높고 골짝이 깊어 구름 낀 숲이 창연하였기에 예로부터 많은 일인(逸人)과 달사(達士)들이 그 사이에서 소요하며 머물렀다. 그런데 김공 석문(金公錫文)이 이곳에 터를 잡고서 30여 년 동안 발이 산에서 나가지 않은 채 어리석음을 껴안고 졸렬함을 지켰으며, 쟁기와 괭이를 잡고 굶주리면서 목석과 함께 늙어 갔으니, 자신을 감추는 것이 지극하다고 이를 만하였다. 그러나 산 밖 사방의 이웃들이 이미 그의 이름을 알았고, 단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뒤이어 학헌 거사(鶴軒居士)라 불렀다.
《시경》에 이르기를, "학이 구고(九皐)에서 우니, 울음소리가 들녘에 들리도다."주 51) 하였고, 《주역》에 이르기를, "우는 학이 그늘에 있거늘, 그 새끼가 화답하도다."주 52) 하였다. 무릇 지성(至誠)이 밖으로 드러나고, 믿음이 만물에 미쳐가는 것이 본래 이와 같은 점이 있으니, 이 이후로 그 소문이 미쳐가는 바가 또 어찌 단지 여기에 그치겠는가.
맏아들 기경(箕敬)이 나를 따라 공부하였기에 기문(記文)을 지어 줄 것을 청하였다.
주석 50)화학산(華鶴山
전라남도 화순군 청풍면과 도암면에 걸쳐 있는 산(614m)으로, 산세가 마치 학이 날개를 펼쳐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석 51)학이……들리도다
《시경》 〈학명(鶴鳴)〉에 나오는 구절로, 학은 보통 은거하는 현자를 상징하고, 깊은 산중에서 우는 학의 울음소리가 들녘에 들린다는 것은 아무리 깊은 곳에 은둔하더라도 진실한 덕은 감출 수 없어 저절로 알려지게 된다는 말이다.
주석 52)우는……화답하도다
《주역》 〈중부괘(中孚卦) 구이(九二)〉에 나오는 말로,  지성(至誠)에 감통(感通)하여 동류들이 서로 응함을 말한 것이다.
鶴軒記
竹樹南二十里。有華鶴山。山高谷邃。雲林蒼然。自古多逸人達士。盤旋其間。金公錫文卜築於此。三十餘年足不出山。抱愚守拙。把犂鋤而餓。同木石而老。其所以輡晦者。可謂至矣。而山外四隣。己知其名。不但知其名。又從以號之曰鶴軒居士。詩曰。鶴鳴九皐。聲聞于野。易曰。嗚鶴在陰。其子和之。夫誠之著外。孚之及物。自有如此者。自玆以往。其所聞所及。又豈但止此哉。允子箕敬從余遊。請爲之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