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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학헌기(鶴軒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학헌기
죽수(竹樹 능주(綾州)) 남쪽 20리에 화학산(華鶴山)주 50)이 있는데, 산이 높고 골짝이 깊어 구름 낀 숲이 창연하였기에 예로부터 많은 일인(逸人)과 달사(達士)들이 그 사이에서 소요하며 머물렀다. 그런데 김공 석문(金公錫文)이 이곳에 터를 잡고서 30여 년 동안 발이 산에서 나가지 않은 채 어리석음을 껴안고 졸렬함을 지켰으며, 쟁기와 괭이를 잡고 굶주리면서 목석과 함께 늙어 갔으니, 자신을 감추는 것이 지극하다고 이를 만하였다. 그러나 산 밖 사방의 이웃들이 이미 그의 이름을 알았고, 단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뒤이어 학헌 거사(鶴軒居士)라 불렀다.
《시경》에 이르기를, "학이 구고(九皐)에서 우니, 울음소리가 들녘에 들리도다."주 51) 하였고, 《주역》에 이르기를, "우는 학이 그늘에 있거늘, 그 새끼가 화답하도다."주 52) 하였다. 무릇 지성(至誠)이 밖으로 드러나고, 믿음이 만물에 미쳐가는 것이 본래 이와 같은 점이 있으니, 이 이후로 그 소문이 미쳐가는 바가 또 어찌 단지 여기에 그치겠는가.
맏아들 기경(箕敬)이 나를 따라 공부하였기에 기문(記文)을 지어 줄 것을 청하였다.
- 주석 50)화학산(華鶴山
- 전라남도 화순군 청풍면과 도암면에 걸쳐 있는 산(614m)으로, 산세가 마치 학이 날개를 펼쳐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주석 51)학이……들리도다
- 《시경》 〈학명(鶴鳴)〉에 나오는 구절로, 학은 보통 은거하는 현자를 상징하고, 깊은 산중에서 우는 학의 울음소리가 들녘에 들린다는 것은 아무리 깊은 곳에 은둔하더라도 진실한 덕은 감출 수 없어 저절로 알려지게 된다는 말이다.
- 주석 52)우는……화답하도다
- 《주역》 〈중부괘(中孚卦) 구이(九二)〉에 나오는 말로, 지성(至誠)에 감통(感通)하여 동류들이 서로 응함을 말한 것이다.
鶴軒記
竹樹南二十里。有華鶴山。山高谷邃。雲林蒼然。自古多逸人達士。盤旋其間。金公錫文卜築於此。三十餘年足不出山。抱愚守拙。把犂鋤而餓。同木石而老。其所以輡晦者。可謂至矣。而山外四隣。己知其名。不但知其名。又從以號之曰鶴軒居士。詩曰。鶴鳴九皐。聲聞于野。易曰。嗚鶴在陰。其子和之。夫誠之著外。孚之及物。自有如此者。自玆以往。其所聞所及。又豈但止此哉。允子箕敬從余遊。請爲之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