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담와기(澹窩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17
담와기
사람의 마음은 달콤함을 좋아하고 괴로움을 싫어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괴로움은 본디 항구적일 수 없고, 달콤함도 항구적일 수 없다. 좋아함도 없고 싫어함도 없이 항구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담박함뿐이다. 이 때문에 천지의 조화와 만물의 변화, 인심의 작용이 진실로 담박함 가운데에서 나오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나의 벗 담와옹(澹窩翁)은 평생 불우하여 온갖 고생을 다 겪고서 노년에 이르러 세상의 온갖 근심들이 차츰차츰 사라져 묵은 재처럼 이미 차가워지고, 뜬구름처럼 이미 흩어졌다. 백발에 텅 빈 집에서 밤낮으로 상대하는 것이라곤 오직 높은 산과 흐르는 강물, 맑은 바람과 밝은 달처럼 진실로 담박한 것들뿐인지라 안목이 날로 더욱 맑아지고, 마음이 날로 더욱 고요해지는 것이 마치 나무껍질이 벗겨지고 나서야 진액이 굳어지고, 누에가 늙고서야 고치를 켜는 것과 같았으니, 옹의 노년 사업이 또한 이 '담(澹)'이라는 글자 가운데서 나오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나 같은 사람은 늙을수록 더욱 세상일에 빠져서 괴로운 일들이 만 가지로 일어나니, 바라건대 옹은 사방의 벽에 남아있는 빛을 아끼지 말아서 함께 쇠약해져가는 이 한 벗의 인생을 위로해 주시게나.
澹窩記
人之情。莫不喜甘而厭苦。然苦固不可常。而甘亦不可常。若其無喜無厭而可以常久者。其惟澹乎。是以天地之化。萬物之變。人心之用。無不自眞澹中出來。余友澹窩翁。平生落拓。備經辛苦。至於老而凡百世慮。浸浸銷歇。如宿灰之已冷。浮雲之已散。而白首空堂。所與日夕相對者。惟是高山流水。淸風明月。眞澹澹地而已。眼界日益淸閒。心地日益恬靜。如木脫而津精固。蠶老而經綸出。安知翁老年事業。亦不從此澹字中出來耶。如余老益汨沒。辛酸萬端。願翁勿吝四壁之餘光。以慰此同衰一友生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