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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신재기(德新齋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16
덕신재기
장동(長東)의 덕산(德山) 기슭에 새로 지은 집이 있는데, 바로 난정옹(蘭亭翁)이 만년에 공부하며 노니는 장소로, '덕신(德新)'이라 편액하였다.
옹은 일찍이 사방을 경영할 뜻을 가져 세상일을 자세히 살펴보고 시속의 사정을 익숙하게 깨닫고서 자나 깨나 경세제민(經世濟民)할 것을 생각하며 세상의 흐름에 맞추어 행하고 멈추었으니, 대저 험난하고 평탄한 온갖 풍상들을 천 가지 만 가지 생겨나는 대로 다 받아들이며 낱낱이 겪어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을 견디기 어려워 이제 70을 바라보게 되자, 벼슬길에서 물러나 은거지[莵裘]에 별장을 짓고 수레를 걸어 놓은 채주 41) 두문불출하며 뜬 생각과 외물에 대한 근심이 연기와 구름이 사라지듯 활짝 개어 마음에 티끌만큼도 걸리는 것이 없었다. 오직 덕에 나아가는 한 가지 일만이 연연하게 마음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에 높은 집의 커다란 벽에 대단히 상서로운 요결을 큰 글씨로 특별하게 써 놓고 아침저녁으로 항상 눈여겨보았으니, 쇠잔하고 늙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너그럽게 대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로잡고 경계한 뜻이 어찌 위(衛)나라 무공(衛武公)주 42)과 거백옥(遽伯玉)주 43)만이 전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장소는 외지고, 인적은 드문데다 산은 고요하고, 햇빛은 오래도록 비치는 이곳에서 한가로이 노닐며 공부하고 휴식을 취함으로써 생강이나 계피처럼 머금은 향기가 늙을수록 더욱 매워지고, 시초(蓍草)나 거북처럼 축적한 정기(精氣)가 오래될수록 더욱 신묘해진다면 극진(棘津)의 호변(虎變)주 44)과 완성(完城)의 우여(牛轝)가 또 70, 80의 나이에 있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아, 덕이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 늙어서도 오히려 이와 같은데, 하물며 소년이나 청년처럼 나이가 젊고 기력이 왕성한 사람임에랴. 옹을 모시고 가르침을 따르며 이 덕신재에서 학업을 닦는 자들이 보고서 법으로 삼을 것이니, 어찌 서로 힘쓰지 않겠는가.
주석 41)수레를……채
원문의 '현거(懸車)'을 국역한 것으로, 늙어서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는 일을 가리킨다. 한(漢)나라 때 설광덕(薛廣德)이 관직을 사퇴하고 은거할 때 임금이 하사한 안거(安車)를 매달아 놓고 자손에게 전하여 광영(光榮)을 보인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주석 42)위(衛)나라 무공(武公)
춘추 시대에 위(衛)나라의 제후로, 95세가 되었음에도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경계하기 위해서 〈대아(大雅) 억(抑)〉을 지어 시종(侍從)으로 하여금 날마다 곁에서 외우게 했다고 한다. 《詩經》
주석 43)거백옥(遽伯玉)
춘추 시대 위(衛)나라의 현대부(賢大夫)였던 거원(蘧瑗)을 말한다. "나이 50에 49년의 잘못됨을 알았다.[年五十而知四十九年非]"는 고사가 전해진다. 《淮南子 原道》
주석 44)극진(棘津)의 호변(虎變)
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이 90의 나이에 문왕(文王)을 처음 만나 사부(師傅)로 추대되고, 뒤에 문왕의 아들인 무왕(武王)을 도와서 은(殷)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평정한 일을 말하는 듯하다. 《史記 齊太公世家》 참고로 '극진'은 황하에 있는 나루터로, 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이 50세 때에 이곳에서 음식을 팔았다고 한다. 《한시외전(韓詩外傳)》 권7에 "그가 나이 50에 극진에서 음식을 팔고, 70에 조가에서 백정의 일을 하고, 90이 되어서야 천자의 스승이 되었으니, 이것은 바로 문왕을 만난 것이다.[行年五十, 賣食棘津, 年七十屠于朝歌, 九十乃爲天子師, 則遇文王也.]"라는 말이 나온다. '호변(虎變)'은 호랑이 등의 무늬가 다채롭게 변하듯이 큰 공훈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주역》 〈혁괘(革卦) 구오(九五)〉에 "대인이 범이 변하듯 함이니, 점치지 않고도 믿음이 있다.[大人虎變, 未占有孚.]" 하였고, 〈구오 상(象)〉에 "'대인호변'은 그 문채가 빛나는 것이다.[大人虎變, 其文炳也.]" 하였는데, 정이(程頤)의 전(傳)에 "대인의 도로써 천하의 일을 변혁하면 마땅하지 않음이 없고, 때에 맞지 않음이 없으니, 지나는 곳이 신묘하게 변화되고 사리가 밝게 드러나서 범의 문채와 같다." 하였다.
德新齋記
長東德山之趾。有新構。卽蘭亭翁晩年藏修之所。而額以德新者也。翁早有四方之志。備閱世故。練解時情。寤寐經濟。酬酢流坎。凡風霜夷險。千生萬受。無不這這嘗試。而叵耐歲月駸駸。已望七于玆矣。退營莵裘。懸車杜門。浮想外慮。曠然休歇。如烟消雲空。無有芥滯於中。而惟進德一着。變變在念耳。是於高堂巨牓。大書特筆。元符要訣。昕夕常目。其不以衰老自恕。而勉勉規儆之意。豈惟衛武邃玉爲專美哉。境僻人稀。山靜日長。優哉游哉。修焉息焉。如薑桂之含薰。老而愈辣。蓍龜之畜精。久而益神。則安知棘津虎變。完城牛轝。又不在於七十八之年乎。嗚乎。德之日新。老猶如此。況丱角衿佩年富力强之人乎。陪從下風而遊業此齋者。視爲柯則。盍相勉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