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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우헌기(愚軒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15
우헌기
사람들은 항상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말하고 지혜로움과 어리석음을 말하는데, 이때의 어리석음은 현명하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한 것에 대한 일컬음이다. 공부자(孔夫子)가 안연(顔淵)을 일컬어 어리석다고 하였고주 38), 또 영무자(寗武子)를 일컬어 어리석다고 하였는데주 39), 이때의 어리석음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에 대한 일컬음이다.
우헌 홍공(愚軒洪公)은 천태산(天台山)주 40)의 작약봉(芍藥) 속에 은거하여 고요하고 말없이 지내면서 세상에 대해서는 경영하는 것이 적었고, 사람에 대해서는 맞이하여 만나는 것이 적었으며, 일에 대해서는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적었다. 오직 밭을 갈고 농사를 지으며 물고기를 잡고 나무를 하는 것과 시를 짓고 예를 익히며 글을 짓는 것을 자신과 가족, 자손을 위한 계책으로 삼고서 명성이나 권세, 이익, 영달에 대해서는 더욱 담담하였다.
기교를 부리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리석다고 이를 만하고, 통달한 자의 입장에서 봐도 어리석다고 이를 만하다. 그렇다면 이 어리석음은 현명하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한 것을 일컫는 것인가? 아니면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을 일컫는 것인가? 오직 말을 아는 자만이 이를 알 것이니, 굳이 애써 변별하고 해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공의 손자 병희(秉憙)가 나와 여러 해 종유하였기에 기문(記文)을 지어 줄 것을 청하였다.
주석 38)공부자(孔夫子)가……일컬었고
안연은 공자의 제자인데, 공자가 일찍이 안연에 대해 말기를, "내가 안회와 함께 온종일 이야기를 하였으나 내 말을 어기지 않아 어리석은 사람인 듯하더니, 그가 물러간 뒤에 그 사생활을 살펴보았는데 그대로 행하니, 안회는 어리석지 않도다.[吾與回言終日, 不違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하였다. 《論語 爲政》
주석 39)영무자(寗武子)를……일컬었는데
영무자는 춘추 시대 위(衛)나라 대부(大夫)로, 문공(文公)이 도로 나라를 다스릴 때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다가 성공(成公)이 무도함으로 나라를 다스릴 때에는 나아가 나라를 잃을 위험에서 구제하였는데, 공자가 "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는 지혜로웠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는 어리석었으니, 그 지혜는 따라갈 수 있으나 그 어리석음은 따라갈 수 없다.[甯武子, 邦有道則知, 邦無道則愚. 其知可及也, 其愚不可及也.]" 하였다. 《論語 公冶長》
주석 40)천태산(天台山)
전남 화순군 도암면에 위치해 있다.
愚軒記
人有恒言。曰賢愚曰智愚。此愚是不賢不智之稱也。孔夫子稱顔淵愚。又稱寗武子愚。此愚是爲賢爲智之稱也.愚軒洪公。隱於天台之芍藥。恬靜簡黙。於世少營爲。於人少容接。於事少表襮。惟以耕稼漁樵詩禮文墨。爲身家子孫計。而於聲勢利達。尤泊如也。以奇巧者觀之。則可謂愚矣。以通達者觀之。則可謂愚矣。然則是愚也。乃不賢不智之稱耶。抑爲賢爲智之稱耶。惟知言者知之。不必苦苦辨解也。公抱秉憙。從遊有年。請爲之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