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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산재기(觴山齋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13
상산재기
천관산(天冠山)주 32)은 본디 남쪽 지방의 명승지이고, 상산(觴山)은 그 산이 품고 있는 곳 중에서 가장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강과 산이 도와 분발하게 해서 예로부터 많은 위인(偉人)과 일사(逸士)들이 이따금 그 사이에서 머물러 지냈으니,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실린 마을의 고사에서 분명하게 살펴볼 수 있다.
죽은(竹隱) 위공 계창(魏公啓昌)은 산 아래에 사는 원로 대가(元老大家)로, 은거하며 의를 행하여 풍도와 자태가 뛰어났다. 하루는 산기슭에 몇 칸짜리 집을 지어 만년에 공부하는 장소로 삼고, 겸하여 여러 자손들이 학업을 익히는 곳으로 삼았는데, 대체로 달빛과 바람이 모이고, 산과 물이 합쳐져서 집의 기운이 맑고 상쾌하며, 창문에 스며드는 기운이 밝고 깨끗하였으니, 참으로 여기에서 웃고 이야기하며 거처하고 오르내릴 만하였다. 비록 그렇지만, 정성을 다하고 바쁘게 일한 것이 이미 본받을 만한 데 이른 것은 산수나 경치에 빠지기 위한 것도 아니고, 또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즐기기 위한 계책도 아니며, 또 문장을 지어 벼슬길을 구하기 위한 계책도 아니다. 단지 의리를 강론하여 밝히고, 마음과 본성을 다스리고 길러서 몸을 닦고 집안을 다스리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니, 이것이 정성을 다하며 그치지 않았던 뜻이다.
선성(先聖 공자)이 말하기를, "무릇 효란 부모의 뜻을 잘 계승하고, 부모의 일을 잘 잇는 것이다."주 33) 하였으니, 이 집에서 노니는 자들이 각기 힘쓴다면 어찌 오늘날 도와 분발하게 하는 것이 지난날만 못할 줄 알겠는가.
주석 32)천관산(天冠山)
전남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의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주석 33)무릇……것이다
공자가 무왕(武王)과 주공(周公)의 효를 '달효(達孝)'라고 규정하며 말한 것으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9장에 보인다.
觴山齋記
天冠固南方勝區。觴山其懷抱中最勝處也。江山助發。自古多偉人逸士。往往盤旋於其間。輿地勝覽。洞中古事。班班可考。竹隱魏公啓昌。山下老宿也。隱居行義。風韻偉然。一日就山之麓。結構數椽。爲晩年藏修之所。兼爲諸子孫肄業之方。蓋其風月之會聚。山水之統合。軒宇之蕭灑。窓牖之明淨。信可以爰笑爰語。攸芋攸躋。雖然血心拮据。旣底于法者。非爲山水景物役也。又非文酒遊衍計也。又非纂組干進計也。只是講明義理。治心養性。以爲修身齊家之地。此其所以惓惓不已之意。先聖有言曰。夫孝者。善繼人之志。善述人之事。遊此室者。其各勉焉。安知今日之助發不如前日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