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일휴당 선생 최공 정려중수기(日休堂先生崔公旌閭重修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02
일휴당 선생 최공주 4) 정려중수기
옛적 임진왜란의 변고에 절개와 의리를 지키다 죽은 이가 앞뒤로 서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우뚝하고 꿋꿋했던 기상이 마치 푸른 하늘의 밝은 태양처럼 천하에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백세(百世)에 회자(膾炙)되는 분으로는 삼장사(三壯士)주 5)처럼 더욱 성대한 이가 없었으니, 일휴당(日休堂) 최공(崔公 최경회(崔慶會))가 바로 삼장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후대 사람들이 공을 위해 능주(綾州)에는 정려문(旌閭門)을 세웠고, 진주(晉州)에서는 제사를 지냈으니, 대개 능주는 공이 살았던 고향이고, 진주는 순절한 지역으로, 잊지 않고 추모하는 마음을 부치는 데에 차이가 있지 않았다.
임진년 가을에 진주의 선비들이 사우(祠宇)를 중수할 것을 도모하여 사문(斯文) 성복윤(成福閏)과 전주일(全柱一), 하용진(河龍辰)에게 부탁하여 호남으로 가서 의론을 수렴하게 하였는데, 이 일로 인하여 능주를 지나가다 정려문이 무너지고 피폐해진 모습을 보고 개탄하며 말하기를, "이번 발걸음은 본래 사우를 위해 계획한 것이지만, 지금 정려문이 이와 같으니, 어찌 사우만 중수하고 정려문은 중수하지 않겠는가."하고서 마침내 가던 길을 멈추고서 전대를 열어 목재를 모으고 장인을 모집하더니 며칠이 지나지 않아 완전히 새롭게 하였다.
아, 선생이 삼강오륜을 일으켜 세우고 명교(名敎)주 6)를 창도(唱導)하여 권면한 것은 그 공이 천지와 더불어 존망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니, 한 지역의 정려문만으로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물을 일으켜 마음을 부치는 데에 그 장소가 없을 수 없으니, 오늘날의 역사(役事)를 어찌 그만둘 수 있었겠는가. 후대 사람들이 진실로 사문(斯文)주 7)의 동지(同志)들과 함께 이어서 이를 수리하여 그 때를 놓치지 않는다면 이 정려문도 선생과 함께 영원히 전해질 것이니, 삼가 이렇게 되기를 바란다.
주석 4)일휴당 선생 최공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최경회(崔慶會, 1532~1593)로, 일휴당은 그의 호이다. 본관은 해주(海州)이고, 자는 선우(善遇)이며, 전라남도 능주(綾州) 출신이다. 양응정(梁應鼎)ㆍ기대승(奇大升)에게 수학하였으며, 선조 즉위년인 1567년에 식년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였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상중(喪中)에 의병을 일으켜 진주성(晉州城) 전투에서 끝까지 항전하다 패전하여 남강(南江)에 투신하였다. 진주의 창렬사(彰烈祠)와 능주의 포충사(褒忠祠)에 제향되었다. 시호는 충의(忠毅)이다.
주석 5)삼장사(三壯士)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진주성이 함락될 때 최경회와 함께 투신 자결했던 김천일(金千鎰, 1537~1593)과 고종후(高從厚, 1554~1593) 세 사람을 가리킨다.
주석 6)명교(名敎)
인륜의 명분을 밝히는 가르침을 말하는 것으로, 유교(儒敎)를 달리 일컫는 말이다.
주석 7)사문(斯文)
유학(儒學)을 가리키는 말이다. 《논어》 〈자한(子罕)〉에 공자가 "문왕(文王)이 이미 별세하였으니, 문(文)이 이 몸에 있지 않겠는가. 하늘이 장차 '사문'을 없애려 하였다면 내가 사문에 참여할 수 없었을 것이다.[文王旣沒, 文不在玆乎?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집주(集註)에 "문은 도(道)가 표면에 드러난 것이다."라고 하였다.
日休堂先生崔公旌閭重修記
昔在龍蛇之變。伏節死義。前後相望。而其磊磊落落。如靑天白日。輝映於天下。膾炙於百世。未有如三壯士之爲尤盛也。日休堂崔公卽三壯士之一。後人爲之棹楔於綾。俎豆於晉。蓋綾是杖屨之鄕。而晉是殉節之地也。所以寓追慕不忘之心者。靡有間焉。壬辰秋。晉之士謀修祠宇。屬斯文成福閠全柱一河龍辰來湖南收議。因過綾。見旌閭頹敝。慨然曰。此行本爲祠宇計。而今旌閭如此。豈重修祠宇而不修旌閭乎。遂停鞭開橐。聚材募工。不幾日而一新之。嗚乎。先生所以扶植綱常。倡勵名敎者。其功可以與天壤俱敝。非一區棹楔能輕重。然興物寓情。不可無所。則今日之役。亦豈可已者耶。後之人。苟與斯文同志。繼以修之。無失其時。則此屋亦將與先生不朽。竊有望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