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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 《제야시집》 서문(除夜詩集序)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2.TXT.0033
《제야시집》 서문
아, 이 책은 고(故) 봉남 처사(鳳南處士) 홍공(洪公)이 종가(宗家)에서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다가올 새해를 맞이하며 느낀 감회를 읊고, 그 자제와 조카, 손자들이 이어 화답한 것이다.
무릇 섣달그믐날 밤은 묵은해와 새해가 서로 갈마들어 사람의 마음에 슬픔과 기쁨이 쉽게 느껴지는 때인데, 공은 기애(耆艾)주 150)의 나이로 자신의 집에 편안히 앉아 자손들이 장수를 칭송하는 즐거움을 누려도 안 될 것이 없지만, 반드시 종가(宗家)에서 밤을 지새우며 새해를 맞이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선조를 사모하는 마음이 다른 날에 비해 배가 되어 마치 선조의 영령이 와 계시는 것처럼 느끼는 마음의 정성을 부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공이 선조를 모셨으니, 자제된 자들이 어찌 부형(父兄)을 모시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서로 선창하고 번갈아 화답하는 것이 화기애애하고 질서정연하였다. 옛사람의 이른바 '즐거운 일[樂事]'이나 '정겨운 대화[情話]'주 151)라는 것은 단지 평범하고 일시적인 사이의 일일 뿐이니, 어찌 여기에 견줄 수 있겠는가.
1년이 지나 2년이 되고, 10년이 지나 20년이 되도록 공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오랫동안 이러한 관례를 좇아 따르며 바꾸지 않았으니, 그 가문의 법도와 규범을 이로 미루어 대략 알 수 있다. 홍씨(洪氏)에게 앞으로 훌륭한 후손이 있을 것이니, 삼가 이 서문을 써서 책 앞에 뜻을 보인다.
주석 150)기애(耆艾)
노인을 지칭하는 말로, 60세를 기(耆)라 하고, 50세를 애(艾)라 한다.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서 "50을 애라 하니 관복을 입고 정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60을 기라 하니 사람들을 부릴 수 있다[五十曰艾, 服官政, 六十曰耆, 指使.]"라고 하였다.
주석 151)즐거운……대화
'즐거운 일[樂事]'는 이백(李白)이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서 "복사꽃과 오얏꽃이 만발한 동산에 모여 천륜의 즐거운 일을 편다.[會桃李之芳園, 序天倫之樂事.]"라고 한 데서 인용한 말인 듯하고, '정겨운 대화[情話]'는 도연명(陶淵明)이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친척들과의 정겨운 대화를 즐거워하고, 거문고와 책을 즐기며 근심을 해소한다.[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라고 한 데서 인용한 말인 듯하다.
除夜詩集序
嗚呼。此故鳳南處士洪公。守歲於宗家。有感而作。而其子姪孫所賡和者也。夫歲除。是新舊遞代之交。而人情悲歡易感之時也。公以耆艾之年。便坐私室。以享子孫稱壽之樂。未爲不可。而必於宗家者。豈非慕先之心。有倍他日。而以寓如存之誠耶。公旣侍先祖。則爲子弟者。獨不侍父兄耶。此所以更唱迭和。而和氣融融。等威秩秩。古人所謂樂事情話。特尋常一時間耳。曷足以況此哉。一年而二年。十年而二十年。至公沒之久而遵循不替。其家模門規。推此可槪。洪氏其將有後乎。謹書此以見志於篇端云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