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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 권13
  • 서(序)
  • 《조씨모선록》 서문(曺氏慕先錄序)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2.TXT.0032
《조씨모선록》 서문
스스로 생각건대, 서계(書契)주 147) 이후로 예전의 말과 지나간 행적들을 모두 갖추어 기록하지 않음이 없게 되면서 서적을 겹겹이 쌓아 놓으며 그 많음을 싫어하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읊고 외우면서 그 익숙함을 싫어하지 않았으니, 대체로 현인을 사모하는 마음은 타고난 본성에서 나와 그치지 않음이 이와 같다.
아, 옛날의 현인에 대해서도 오히려 그러하였는데, 하물며 선조(先祖)에게 법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칭송하며 기술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공류(公劉)의 풍화(風化)에 대한 기술주 148)이 자기의 집에서 나오고, 공백(龔伯)의 술동이나 대접에 새겨진 명(銘)주 149)이 다른 사람에게는 있지 않다면 작게는 보존하여 한 집안의 계책과 교훈으로 삼고, 크게는 전하여 한 시대의 모범과 법식으로 삼았으니, 이것이 효자와 어진 사람의 마음이다.
나의 벗 조군 석준(曺君錫俊)이 선대의 사실을 기록한 책 한 권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서문을 지어 줄 것을 청하였다. 삼가 생각건대, 조씨(曺氏)는 충의(忠義)의 큰 절개와 효우(孝友)의 지극한 행실로 혹 나라에서 빛나기도 하고, 혹 고을에서 드러나기도 한 것이 전후로 수백 년이 되었지만, 유고(遺稿)가 흩어져 없어지고, 남아있는 것이 얼마 없어 자손들이 세월이 오래 지날수록 더욱 사라지게 될까 두려워하였다. 이에 유실된 것들을 수습하여 세고(世稿)를 편집해 만들고서 길이 전할 계책으로 삼았다.
아, 자손들이 이 책을 읽으면 근본을 사모하고 조상을 추모하는 마음과 선조의 뜻을 계승하고 사업을 이어 나갈 생각이 어찌 성대하게 일어나지 않겠는가. 이로 인하여 더욱 힘써서 자신을 맑게 하여 안으로는 가족을 보호하고 집안을 화목하게 하며, 밖으로는 세상을 일깨우고 세속에 모범이 된다면, 이 책이 어찌 한 가문의 건연(巾衍 서적을 넣어두는 상자) 속에서 전해지는 것에 그칠 뿐이겠는가.
주석 147)서계(書契)
상고 시대에 나무에 새겨 썼다는 최초의 문자를 말하는 것으로, 문자를 비유하는 말이다.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상고에는 노끈을 묶어 뜻을 전하여 다스렸는데, 후세에 성인이 서계로 바꾸었다.[上古結繩而治, 後世聖人易之以書契.]"라는 글이 보인다.
주석 148)공류(公劉)의……기술
공류는 후직(后稷)의 증손으로, 하(夏) 나라의 박해를 피해 빈(豳)으로 이주한 뒤에 후직의 유업을 닦아 농사에 힘쓰며 백성을 교화함으로써 훗날 주(周)나라가 일어날 발판을 마련하였는데, 주나라가 창업된 뒤 주공(周公)이 섭정(攝政)할 때에 공류의 풍화(風化)를 《시경》 〈빈풍(豳風) 칠월(七月)〉 편에 기록하여 조카 성왕(成王)을 경계하였다. 여기에서는 세속의 교화에 공헌한 선조의 기록을 비유하는 말인 듯하다.
주석 149)공백(龔伯)의……명(銘)
원문의 "공백준대지명(龔伯尊敦之銘)"을 국역한 것으로, 선조가 사용하던 그릇이나 물건에 새겨 놓은 글을 비유하는 말인 듯하다. 참고로 원문의 "공백준대(龔伯尊敦)"는 《시경》 〈대아(大雅) 강한(江漢)〉의 주에 "옛 기물에 이르기를. '𨚕은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감히 아름다운 천자의 명을 대양(對揚)하여 짐의 황고(皇考)인 공백(龔伯)의 술동이와 대접을 받드노니, 𨚕은 미수(眉壽)를 누려 만수무강하게 하소서' 하였다.[古器物銘云 : '𨚕拜稽首, 敢對揚天子休命, 用作朕皇考龔伯尊敦, 𨚕其眉壽, 萬年無疆.']"라는 글에 나오는 말이다.
曺氏慕先錄序
自惟書契以來。凡前言往行。無不備錄。連編累牘而不厭其多。朝吟暮誦而不厭其熟。蓋慕賢之心。出於秉彛而有不可已者如此。嗚呼。在先賢猶然。況在先祖而有可以爲法焉。則所欲稱述者。其心爲何如哉。公劉風化之述。出於其家。龔伯尊敦之銘。不在他人。小則存以爲一家之謨訓。大則傳以爲一世之矜式。此孝子仁人之心也。余友曺君錫俊。持其先世事實一冊。請余弁之。竊惟曺氏以忠義大節。孝友至行。或光于王國。或著于鄕里者。前後數百年矣。遺稿散逸。存者無幾。子孫懼其愈久而愈泯。收拾遺漏。編成世稿。以爲不朽計。嗚呼。爲子孫而讀此書。其懷本追遠之情。繼志述事之意。豈不油然而生乎。因此加勉以淑其身。內而保族宜家。外而牖世範俗。則此書豈止爲一門巾衍之傳而已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