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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 《풍욕회안》 서문(風浴會案序)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2.TXT.0030
《풍욕회안》 서문
"바람 쐬고, 목욕하고, 노래하며 돌아온다."주 144)라는 것은 인욕(人欲)이 깨끗이 사라지고 천리(天理)가 유행함으로써 마음이 평탄하여 드넓고 생기가 충만하여 활발하게 흘러넘치는 경지이니, 바로 증점(曾點)이 본 고원(高遠)한 곳이요, 이른바 요순(堯舜)의 기상이 느껴진다. 그런데 후세 사람들은 그 자취를 사모하되 그 마음을 잃어버렸고, 그 이름을 좇되 그 실상을 잊어버렸으며, 심지어 산에 오르고 강물을 마주하여 술 마시고 시 읊는 것을 이따금 여기에 견주며 과시하고 찬미하기까지 한다. 이는 자못 인욕이 다 없어지지 않으면 천리가 유행하지 않아 구구한 한때의 즐거움이 애초에 허랑방탕으로 귀결되는 데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음을 모르는 것일 뿐이다. 남헌(南軒) 장자(張子 장식(張栻))가 말한 "읊으며 돌아온다.[詠歸]"는 말도 도의 본체를 보았다고 이를 수 있다. 맹자도 오히려 행동이 뜻을 받쳐 주지 못한 사람을 광자(狂者)라 하였는데, 하물며 이보다 못한 사람임에랴. 이러한 폐단을 설파한 것이 아니겠는가.
정해년(1887)에 나와 고을 친구들이 과감하게 서석산(瑞石山)을 유람하고, 이로 말미암아 영귀회(詠歸會)를 설립했는데, 그 뒤 을사년(1905)에 우리 마을의 젊은이들이 또 서석산에 갔다가 돌아와서 풍속회(風浴會)를 설립했다. 이것이 전후 20년간의 일이니, 어쩌면 이리도 꼭 닮은 것인가.
정해년의 유람은 늘 이름만 훔치고 그 실상이 없음을 한탄하였는데, 모르겠지만 제공(諸公)들은 어느 쪽을 취할 것인가? 또 실상이 없는 자취를 좇아 답습할 것인가? 스스로 생각건대, 변변찮은 내가 벗들에게 미칠 정도의 착실한 점이 조금도 없이 도리어 허랑방탕한 풍속을 창도한 것인가?
아, 천하의 형통한 사람들은 어렵고 막힌 가운데에서 나오지 않은 적이 없다. 바라건대 제공들은 규범과 준칙 속에서 괴로이 검속하고, 연못과 얼음과 가득찬 물과 옥 위에서 전전긍긍하며 보존하여주 145) 한 치 한 푼을 축적하고 때와 날로 변화함으로써 위태롭던 것이 안정되고, 서툴던 것이 매우 익숙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세속을 초탈한 깨끗한 형상과 호탕하게 성대한 기상이 어느 때든 봄바람이 불어오는 날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는 사이에 있지 않은 적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날 풍욕회를 설립한 것이 앞으로 실상이 없는 데에 이르지 않을 것이고, 전날의 영귀회도 함께 빛날 것이니, 힘쓰고 힘써야 할 것이다.
주석 144)바람……돌아온다
《논어》 〈선진(先進)〉에 공자가 증점(曾點)에게 장래 포부를 물어보자 "늦봄에 봄옷이 이미 이루어지면 관(冠)을 쓴 어른 5, 6명 및 동자 6, 7명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고, 노래하면서 돌아오겠습니다.[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대답한 말에서 유래한 말이다.
주석 145)연못과……보존하여
깊은 못에 임하듯, 살얼음을 밟듯, 물 가득 찬 그릇을 받들 듯, 옥을 잡듯이 조심하여 잠시라도 이 같은 마음을 지녀 자신을 보존하라는 의미이다. 《시경》 〈소민(小旻)〉에 "전전하며 긍긍하여 깊은 못에 임한 듯이 하며 얇은 얼음을 밟는 듯이 한다.[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라고 하였고, 《예기(禮記)》 〈제의(祭義)〉에 "효자는 옥을 잡은 듯이 하고, 물이 가득 찬 그릇을 받들듯이 하여, 조심조심 공경하여 마치 감당하지 못하는 듯이 하고, 장차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듯이 해야 한다.[孝子如執玉, 如奉盈, 洞洞屬屬然, 如弗勝, 如將失之.]"라고 하였다.
風浴會案序
風浴詠歸。是人欲淨盡天理流行底坦蕩蕩活潑潑也。乃曾點所見高處。所謂堯舜氣象也。後之人。慕其迹而遺其心。循其名而忘其實。至以登山臨水。文酒觴詠。往往比擬而夸美之。殊不知人欲不盡。則天理不行。區區一時之樂。未始不出乎放浪曠蕩之歸而已也。南軒張子所謂詠歸之語。亦可謂見道體矣。孟子猶以行不掩爲狂。而況下於此乎者。其非說破此敝耶。歲丁亥。余與鄕里知舊。果有瑞石之遊。因有詠歸之會。後乙巳。吾黨年少。又往瑞石。歸而設風浴之會。此是前後二十年間事。而何酷似乃爾也。丁亥之遊。常恨夫竊其名而無其實。未知諸公奚取焉。而又且循襲其無實之迹耶。自惟無狀。未有多少着實的及於朋友。而反以放浪曠蕩之風倡之耶。嗚呼。天下之亨。未有不自艱難窒塞中出來。願諸公苦苦檢束於規矩繩尺之中。兢兢持存於淵氷盈玉之上。分累寸積。時移日化。至於杌隉者妥帖。生澁者純熟。則其脫然灑落之象。浩然盛大之氣。將無時而不在於春風沂雩之間矣。然則今日風浴之設。將不至無實。而前日之詠歸。亦與有光焉。勉之勉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