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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 《신암유고》 서문(愼庵遺稿序)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2.TXT.0018
《신암유고》 서문
뽕나무나 가래나무를 감히 업신여기지 못하는 것은 부모님의 손자취가 남아 있기 때문이고, 그릇이나 잔을 감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부모님의 입 기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 손자취와 입 기운도 이처럼 공경하고 사모하는데, 하물며 정신과 마음이 당일의 기술(記述) 사이에 깃들어 있는 것임에랴. 보배롭게 여겨 보호하고, 진귀하게 여겨 간직하고자 생각할 것이니, 그러한 마음이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신암(愼庵) 손공(孫公)은 집에 있을 때에는 효성스럽고 우애롭다고 소문이 났고, 관직에 임해서는 자애롭고 은혜롭다고 일컬어졌으며, 심지어 베풀어 행하는 모든 일이 어느 것 하나 사람을 이롭게 하고, 만물에 은택을 입히는 마음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그 글에 나타난 것이 또 어찌 다만 평범한 월로(月露)주 115)에 비하겠는가.
천성이 질박하고 진실한데다 담박하고 조용하여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문사(文辭)가 어눌하고 저술한 것도 적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글을 짓지 않았고, 글을 짓더라도 일찍이 건연(巾衍 책이나 글을 넣어 두는 상자)에 보관하여 후대에 보일 계책으로 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해진 것이 많지 않아서 편질(編帙)과 문류(門類)가 쓸쓸할 정도였다. 그러나 백세토록 정신을 전하여 끝없는 사모의 정을 붙이는 바탕으로 삼는 것을 어찌 편질의 많고 적음으로 차이를 둘 수 있겠는가.
공의 맏아들 영렬(永烈)이 종제(從弟) 영모(永謨)로 하여금 모아 편집하게 함으로써 대대로 전해 실추시키지 않을 계책으로 삼고, 이어서 나에게 현안(玄晏 서문)을 부탁하였다. 내가 공에게 외람되게도 두터운 지우(知遇)를 받은 지 오래되었고, 공의 맏아들과는 또 서로 따르며 노니는 교분을 계속 이어오고 있으니, 어찌 감히 사람이 미천하고 문장이 졸렬하다 하여 구구하게나마 한마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석 115)월로(月露)
음풍농월(吟風弄月)의 소재인 풍화월로(風花月露)의 준말로, 내용은 없으면서 겉만 화려하게 꾸민 시문(詩文)을 비유한다.
愼庵遺稿序
桑梓之不敢慢焉。以手迹之所在也。杯圈之不敢用焉。以口澤之所存也。嗚呼。以手之迹口之澤。而敬慕之如此。況精神心術之寓於當日記述之間者。思欲爲之寶護而珍藏者。其心豈有窮己哉。愼庵孫公。居家以孝友聞。莅官以慈惠稱。以至凡百施爲。無一不出於利人澤物之心。則其著於文字者。又豈止爲尋常月露之比也。天性質實澹黙。不喜表襮。訥於文辭。簡於著述。非有甚故。未嘗下筆。下筆又未嘗貯之巾衍。以爲示後計。是以所傳無多。而編帙門類。至爲寂寥。然百世傳神以爲寓慕無窮之地者。豈以編帙多寡而有間哉。遺胤永烈。令其從弟永謨。裒稡而編摩之。以爲傳世不墜計。因有玄晏之託。余於公。猥承辱知之厚者久矣。而於遺胤。又有源源遊從之契。豈敢以人微文拙。而不有區區一言之役也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