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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 《오상회안 서문》(五常會案序)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2.TXT.0015
《오상회안 서문》
송(宋) 나라 신하 서안국(徐安國)의 집에 일락당(一樂堂)이 있었고, 남헌(南軒) 장 선생(張先生 장식(張栻))이 그 기문(記文)을 지었는데, 이는 대체로 안국의 양친이 기모(期耄)주 106)에 이르도록 장수하여 모두 생존해 계시고, 안국의 사형제가 기애(耆艾)주 107)가 되도록 아무런 탈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건대 천하의 즐거움 중에 이보다 좋은 것이 없지만, 이러한 즐거움을 얻은 자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간혹 있었는데, 지금 강씨(姜氏)의 오상계(五常契)가 또한 그것에 딱 맞는 경우라고 이를 만하였다.
나는 강 사문(姜斯文) 문욱(文郁)과 평소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을유년(1885) 여름에 내가 일이 있어 금릉(金陵 강진(康津))에 갔다가 지나는 길에 관산(冠山 장흥(長興))의 아름다운 마을로 강 사문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백발에 별 탈 없이 풍채가 늠름한 분을 뵈었는데, 이분이 사문의 대인이었고, 의관을 가지런히 한 채 책상을 마주하고 걸상에 나란히 앉아 있는 분들은 사문의 형제 네 사람이었다.
아, 만약 선조께서 공덕을 쌓아 당대에 누리지 않은 보답이 없었다면 인간의 좋은 운수가 어찌 유독 이 한 집안에만 모여 있겠는가. 이른바 일락(一樂)주 108)이 서씨와 다름이 없었는데, 다만 연령이 위로는 기모에 이르지 않았고, 아래로는 기애에 이르지 않았으니, 현재를 기준으로 헤아려 계산하면 비록 조금 손색이 있는 듯하지만, 앞으로 누릴 복은 도리어 더 나을 것이다.
내가 떠나려고 할 때 사문이 나에게 이르기를, "우리 형제들이 맏이를 인형(仁馨), 둘째를 예형(禮馨), 셋째를 의형(義馨), 막내를 지형(智馨)이라 명명하여 인의예지(仁義禮智)가 각기 한 몸씩 점유하게 되었으나 '신(信)' 글자의 자리가 비게 되었기 때문에 강신회(講信會)를 만들어 이를 채우고 '오상(五常)'이라 명명하였으니, 그대가 서문을 지어주기 바라네.
하니, 내가 말했다. "오행(五行)은 토(土)가 아니면 생성되지 않고, 오상(五常)은 신(信)이 아니면 성립되지 못한다. 지금 사문의 형제가 비록 각기 하나의 덕을 차지하고 있지만, 충신(忠信)과 진실함이 그 본령이 아니겠는가. 아! 여러 부류로 말한다면 부모님이 모두 생존하신 것은 양의(兩儀)이고, 형제가 무고한 것은 사상(四象)이며, 집안을 화목하게 하는 것은 팔괘(八卦)이니, 팔괘가 낳고 쌓여서 효(爻)가 되는 것이 사 백이고, 변하여 괘(卦)가 되는 것이 사 천이며주 109), 그 작용은 광대하여 만물의 수를 다해도 끝이 없다. 내가 생각건대, 강씨(姜氏) 자손이 매우 많아지고, 복록이 가득 넘쳐나는 것이 반드시 이와 같을 것이다. 나는 부모를 여읜 몸으로 홀로 외롭게 지내기에 일락당의 기문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여러 번 감탄하였는데, 지금 오상계(五常禊)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네."
주석 106)기모(期耄)
80세에서 100세의 나이를 말하는 것으로,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는 80, 90세를 모라 한다[八十、九十曰耄.]"라고 하였고,  "100세를 기라 하니, 봉양을 받는다.[百年曰期, 頤.]"라고 하였다.
주석 107)기애(耆艾)
50세에서 60세의 나이를 말하는 것으로,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 "50을 애라 하니 관복을 입고 정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60을 기라 하니 사람들을 부릴 수 있다[五十曰艾, 服官政, 六十曰耆, 指使.]"라고 하였다.
주석 108)일락(一樂)
부모가 다 생존하고 형제가 무고한 즐거움을 말하는 것으로,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군자가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 노릇하는 것은 여기에 끼지 않는다. 부모가 다 생존하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위로는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시키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주석 109)팔괘가……천이며
팔괘가 중첩되어 8괘✕8괘=64괘가 되고, 하나의 괘마다 6개의 효로 구성되어 64괘✕6효=384효가 되는데, 이를 반올림하면 400효가 되며, 64괘가 다시 중첩되어 64괘✕64괘=4,096괘가 되는데, 이를 반올림하면 4000괘가 되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五常會案序
宋臣徐安國家有一樂堂。南軒張先生爲之記。蓋安國之二親。期耄而俱存。安國之兄弟四人。耆艾而無故也。余謂天下之樂。無以加此。而得之者。絶無而僅有焉。今姜氏之五常契。亦可謂與之的對矣。余與姜斯文文郁有雅。乙酉夏。余有事往金陵。歷訪姜斯文於冠山之芳村。見白首無恙。風儀偉然。是斯文大人也。對床連榻。衣冠濟濟是斯文兄弟四人也。噫如無積累不食之報人間好氣數。豈獨萃此一門耶。所謂一樂者。與徐氏無異。但年齡上不至期耄。下不至耆艾。則目前經算。雖若少遜。而前頭享用。反復勝焉。臨發。斯文謂余曰。吾兄弟命名。伯曰仁馨。仲曰禮馨。叔曰義馨。季曰智馨。仁義禮智。各占一身。而信字位虛。故作講信會而足之。名曰五常。願吾子爲之序焉。余曰。五行非土不生。五常非信不立。今斯文兄弟。雖各據一德。而忠信誠慤。非其本領耶。噫。以衆類言之。父母俱存。是兩儀也。兄弟無故。是四象也。宜爾室家。是八卦也。八卦生積。而爲爻者四百。變而爲卦者四千。其用之廣。至於盡萬物之數而無窮焉。吾謂姜氏子孫之兟兟。福祿之穰穰。必將有如之者矣。義林風樹餘生。隻身煢煢。每讀一樂堂記。不覺三復感歎。今於五常禊。亦然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