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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 《죽림유고》 서문(竹林遺稿序)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2.TXT.0012
《죽림유고》 서문
글이 세상에 전해진 경우 중, 한 가지는 의리를 밝혀 사문(斯文)을 도울 수 있어야 하고, 다른 한 가지는 경륜(經綸)을 펼쳐서 이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경우가 아니고, 달빛이나 이슬 등 아름답게 꾸며대는 입에서 나온 것이라면 비록 많다 한들 또한 무엇 하겠는가. 이 때문에 최고의 글은 천하에서 시행되어 만고에 바꿀 수 없는 경전이고, 그 다음의 글은 한 나라에서 시행되는 것이고, 또 그다음의 글은 한 집안에서 시행되는 것이다. 한 집안에서 시행될 만한 글을 한 나라에서 시행하고, 한 나라에서 시행될 만한 글을 천하에서 시행한다면 사람들이 반드시 협소하다고 여겨 시행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이것은 글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오직 시행한 곳이 알맞지 않기 때문이다.
무릇 자식은 어버이에 대해 어버이의 손때가 책에 남아 있으면 차마 손상시키지 못하고, 침이 땅에 떨어져 있더라도 오히려 반드시 거두는 법인데, 하물며 유언(遺言)과 유고(遺稿)는 정신과 마음이 담겨있고 평생토록 행한 일이 실려 있는 것이니, 조심스럽게 지킬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말이 혹 천하나 한 나라에서 시행될 수 없는 글이라면 한 집안에 보관하여 자손에게 전함으로써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당시에 가지셨던 뜻과 행하셨던 일을 알게 해야 한다. 또 이것이 일찍이 조상을 추모하고 사모하는 데에 한 가지 도움이 되지 않은 적이 없다.
죽림(竹林) 황공(黃公)은 젊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라 공무로 분주하였다. 이 때문에 전해진 저술이 많지 않았는데, 맏아들 작(稓)이 상자에 남아 있는 글을 찾아 살펴보고 약간 편의 글을 모을 수 있게 되자 이를 간행하여 집안에서 시행하고자 하였으니, 이는 대체로 겸손한 마음에 두려워하고 꺼려하여 감히 사람들에게 널리 배포하지 못해서였다.
삼가 살펴보건대 편질(編秩)이 협소한데다 언사가 간결하고 질박하여 구구하게 꾸며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혹 세속의 안목에 맞지 않은 점이 없지 않겠지만, 그 속에 담긴 뜻만은 요컨대 의리의 문장과 경륜의 방책이 되는 데에 모자람이 없었다. 내가 생각건대 단지 한 집안의 글이 될 뿐만이 아닌 듯하니, 지금 비록 세상에서 시행하고자 하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서 뜻이 있는 자가 취하지 않을 줄을 어찌 알겠는가.
竹林遺稿序
文之傳於世也。一則發明義理。可以羽翼乎斯文。一則敷陳經綸。可以裨補乎斯世。非是二者。而出於月露組繪之口。則雖多亦奚爲也。是以上焉者。行於天下。而爲萬古不刊之典。次焉者。行於一邦。又次焉者。行於一家。以一家之文而行於一邦。以一邦之文而行於天下。則人必少之以爲不足行。此非文之過也。惟行之非其所也。夫子之於親。手澤在書。不忍傷焉。口液落地。猶必收之。況其遺言遺稿。爲精神心術之所寓。平生行事之所載者。可不思所以謹守哉。其言或不得爲天下及一邦之文。則當藏之一家。傳之子孫。使知乃祖乃父當日之志行。又未嘗不是追遠思成之一助也。竹林黃公早年釋褐。奔走靡監。是以所傳著述爲不多也。胤子稓搜閱巾衍。裒稡得若干篇。付剞劂氏。將欲行之於家。蓋其謙謙畏忌。有不敢廣布於人也。竊覸其編秩狹少。言辭簡訥。不見有區區組繪之態。此所以或不無寡諧於時眼。而其旨意去處。要不失爲義理之文經綸之策也。吾恐不止爲一家之文而已。今雖不欲行之於世。而安知有志於斯世者。不之取焉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