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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 《송암유고》 서문(松庵遺稿序)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2.TXT.0010
《송암유고》 서문
이 몸을 소유한 사람 중에 선조께서 남겨준 기(氣)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 기가 이어지고 이어지며 태어나고 태어났기에 지극히 친근하고 절실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세대가 더욱 오래될수록 그 음성과 안색을 상상할 만한 것이 없어지면서 어떤 모습의 사람이었는지 막연하여 알 수 없게 된다. 서책이나 그릇을 사모하는 것은 입 기운과 손때가 있어서일 뿐이고, 선산의 뽕나무와 가래나무에 깃들어 있는 것은 상로지감(霜露之感)주 93)일 뿐이다. 비록 진짜 모습을 모사하여 시험해 보더라도 터럭만큼도 어긋나지 않게 할 수도 없거니와 설사 어긋나지 않게 하였더라도 영대(靈臺 마음)의 경우는 또 형상해 낼 수 없으니, 어찌 비단 칠분(七分 초상화)에 불과할 뿐만이 아닌, 정신과 심술이 발현되고, 행의(行義)와 풍범(風範)이 남아 있는 평소의 유묵(遺墨)만 한 것이 있겠는가.
오 사문(吳斯文) 정섭(長燮)이, 선대인(先大人) 송암공(松庵公)이 일찍이 소요하면서 읊었던 약간의 글을 수집하여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해 가지고 와서 나에게 보여 주며 말하기를, "슬하에서 섬길 때의 음성과 용모가 눈에 선하기에 비록 부모를 여읜 지 오래되었어도 한 가닥 모습만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어찌 일찍이 잊은 적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아들에서 손자로, 손자에서 또 손자로 이어지면 우러러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오직 이 유고에 있지 않겠습니까. 바라건대 저를 위해 현안(玄晏 서문)을 짓는 일을 사양하지 말아주십시오." 하였다.
아, 똑같이 사람의 자식이지만 효성이 같지 않은 것은 그 어버이를 잊었느냐 잊지 않았느냐 때문이다. 옛사람은 한마디 말을 하거나 한 걸음 발을 내디딜 때도 감히 부모를 잊지 못하고, 심지어 소리가 없는 곳에서도 듣고, 형체가 없는 곳에서도 보는 듯 여겼던 것은 이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사문(斯文)이 이미 종신토록 사모하는 마음을 부치고, 또 대대로 자손들이 길이 효도할 바탕을 만들었으니, 어버이를 드러내는 정성과 후대에 물려줄 계책이 무관하다고 이를 만하다. 그러나 송암공(松巖公)은 우리 향촌의 선배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으며, 친인척 간에 화목한 행실과 진실하고 신의가 있으며, 질박하고 성실한 풍모는 이 세상의 모범이 될 만하니, 이 책을 완성하는 것이 어찌 한 집안에서만 우러러 사모하는 바탕이 될 뿐이겠는가. 마땅히 고을의 자제들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주석 93)상로지감(霜露之感)
돌아가신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예기》 〈제의(祭義)〉에 "서리나 이슬이 내리면 군자가 이것을 밟고 반드시 서글퍼지는 마음이 있으니, 이는 추워서 그러한 것이 아니다.[霜露旣降, 君子履之, 必有悽愴之心, 非其寒之謂也.]"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松庵遺稿序
人有此身。孰非祖先之遺氣。接續生生。至爲親切。然世代彌久。其聲音顔色。無處可想。而邈然不知爲何狀人。書冊杯圈。所慕者口手之澤而已。邱隴桑梓。所寓者霜露之感而已。雖摸眞而省試之。不可使毫髮不爽。設有不爽。至於靈臺。則又莫狀焉。曷若平日遺墨。精神心術之所發。行義風範之所存者。匪但爲七分哉。吳斯文長燮。蒐輯其先大人松庵公所嘗吟詠往復若干文字。編爲一卷。持以示余曰。逮事膝下。音容在目。雖孤露之久。而一縷不泯。何嘗可忘。然子而孫。孫而又孫。則所可瞻想。獨不在是耶。願爲我勿辭玄晏之役也。呼呼。均爲人子。而孝有不同者。以其忘親與不忘也。古人之一出言一擧足。而不敢忘父母。以至聽於無聲。視於無形者。其不以是耶。斯文旣寓終身之慕。又爲世世子孫永言孝思之地。其於顯親之誠。貽後之謨。可謂無關矣。然松庵公吾鄕先進也。其孝友睦婣之行。忠信質慤之風。可以爲斯世之模範者。則此書之成。豈止爲一家瞻慕之資而已。當與鄕黨子弟共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