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 《무사재유고》 서문(無邪齋遺稿序)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서(序)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2.TXT.0003
《무사재유고》 서문
군자의 도는 진실로 두 가지로 귀결됨이 없지만, 일에 드러난 것은 각각 다른 점이 있으니, 만약 성공과 실패로 그 자질을 논하고, 출세와 침체로 그 덕을 논한다면 어찌 사람을 아는 것이라 하겠는가.
우리 선생의 도덕과 조예는 진실로 후학들이 헤아릴 수 있는 바가 아니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예를 들면 뜻을 지킴이 확고한 것과 품고 있는 식견이 해박한 것, 행실이 독실한 것들은 근래에 찾아보아도 실로 드물게 보이는 것들이다. 그러나 먼 시골구석에서 나고 자라서 지방 수령이 천거를 할 수 없었고, 재상이 이름을 알 수 없었다. 이것이 선생의 도가 세상에 행해지지 못한 이유이다.
여항(閭巷)의 선비들은 선생의 학문을 별개의 일처럼 여긴데다 또 사모할 만한 명성이 없다고 여겼으니, 어느 누가 기꺼이 좋아하는 바를 버리고 이처럼 쓸쓸한 사람을 따르려 했겠는가. 이것이 선생의 도가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못한 이유이다.
세 아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고, 두 손자는 어린 고아로 흩어져서 타향을 떠돌아 다녔기에 계승했다는 말을 들을 수 없었으니, 이것이 선생의 도가 집안에 전해지지 못한 이유이다.
도가 세상에 행해지지 못할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에게 전해 주고, 사람에게 전해지지 못할 경우에는 반드시 집안에 전해주는데,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지 못하여 시종 들려오는 말이 없는 사람으로 선생같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변고에 처한 한때의 운수뿐만 아니라, 험난한 일신의 운명도 여지가 없었다. 선생께서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살아서는 의로운 사람이 되고, 죽어서는 의로운 귀신이 될 뿐이지, 다시 무엇을 근심하겠는가."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성내지도 않고 후회하지도 않으면서 항상 여유가 있었던 이유이다.
선생(先生)의 글은 담담하여 화려하지도 않았고, 졸렬하여 꾸밈도 없었다. 평소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일찍이 남을 위해 붓을 잡지 않았고, 혹시라도 서술할 글이 있으면 곧바로 산묵(散墨 자잘한 시문)을 던져주며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이 서술한 글에 갖추어져 있으니, 많이 지으면 군더더기가 되고, 잘못 지으면 어질러놓음이 된다."
라고 하였으니, 이 때문에 글이 남에게 전해져 암송되는 것이 매우 적었다.
선생의 도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지 못했고, 또 글로 전해진 것도 없으니, 백세 뒤에 어느 누가 백세 전에 선생이 있었다는 것을 알겠는가. 그러나 천하의 만물은 무릇 동류끼리 모두 서로 비슷하니, 무너지지 않는 산악에서 선생의 기상을 볼 수 있고, 마르지 않는 강물과 바다에서 선생의 도량을 볼 수 있으며, 길이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에서 선생의 지조와 절개를 볼 수 있고, 가없는 바람과 달빛에서 선생의 감회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선생의 도가 비록 한때에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천지 사이에 보존되는 것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아, 오늘날 이 책을 편집한 것은 선생의 뜻이 아니고, 또 후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다만 산묵(散墨) 사이에 드문드문 있는 것이 비록 열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더라도 후세 사람으로서 어찌 사라지도록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내가 우매하여 참으로 그 사이에서 손을 댈 수 없지만, 문하의 반열에 있기에 그 책임을 사양하지 못했고, 게다가 그럴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문류(門類)를 나누어 정하고, 두 편으로 기록하여 후세에 안목이 있는 자가 더욱더 바르게 해주기를 기다린다. 선생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이 유고에서 구할 필요가 없다. 사람은 옛사람이고, 도는 옛날의 도이지만, 그 기상과 위의(威儀)는 천지 사이에 있는 정기(正氣)가 모두 이것이라 하겠다.
無邪齋遺稿序
君子之道。固無二致。而其所以見諸事業者。各有不同。若以成敗論其材。升沈論其德。則豈所以知人者哉。我先生道德造詣。固非後學所可擬測。而見於外者。如持守之堅確。抱負之該洽。操履之篤實。求之近古。實所罕見。然生長遐隅。剌史不能薦。宰相不知名。此先生之道。所以不行於世也。閭巷士子。視先生之學如別件事業。而又無聲勢之可以艶慕者。則孰肯捨所好而從此寥寥哉。此先生之道。所以不傳於人也。三郞繼逝。兩孫藐孤。分散流寓。繼述無聞。此先生之道。所以不傳於家也。不行於世者。必有傳於人。不傳於人者。必有傳於家。而彼此不遇。終始無聞者。其孰先生若也。不惟一時氣數之變。而一身命道之險。亦無餘地矣。先生嘗曰。生則爲義人。死則爲義鬼。如斯而已。復何恤焉。此其所以不慍不悔。而常有餘裕者也。先生之文。淡而不華。拙而不巧。平素非不得已。未嘗爲人下筆。或有所述。輒投諸散墨曰。古人之述備矣。多則剩。失則亂。是以其文字之傳誦於人者。絶少焉。先生之道。旣不傳於人。而又不有傳於文字者。則百世之下。誰知有先生於百世之上乎。然天下之物。凡同類者。擧相似。喬嶽不頹。可見先生之氣象。河海不渴。可見先生之宇量。松柏長春。可見先生之志節。風月無邊。可見先生之衿懷。然則先生之道。雖不顯於一時。而其存於天地之間者。豈有窮已哉。嗚呼。今日之編輯是書者。非先生之意。又非所以見知於來後也。特其零星於散墨之間者。雖十不一存。而爲後人者。豈可任其泯滅乎。余以愚昧。誠不足下手於其間。在門下之列。而不辭其責者。又無其人。故謹爲之分定門類。錄爲二篇。以竢後人有眼者。更加正焉。至於欲知先生者。則不必求於此。人則古之人。道則古之道。其氣象威儀。則正氣之在天地之間者。皆是云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