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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 권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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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서의 자설(文岐瑞字說)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1.TXT.0029
문기서의 자설
봉황은 항상 날아오지 않은 새이니, 소호(少昊)의 시대에 이르러 우순(虞舜)의 뜰에서 춤을 추었고, 문왕의 기산(岐山)에서 울었지만, 이 이후로 주공(周公)은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탄하였고, 니옹(尼翁 공자)은 이르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는데, 하물며 긴긴밤이 끝없이 이어지는 숙계(叔季 말세(末世))의 세상에서 볼 수 있겠는가.
문군(文君) 재봉(在鳳)이 기서(岐瑞)로 표덕(表德 자(字)을 삼은 것은 대체로 봉황이 기산에서 울었다는 데에서 취하여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치지 않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볼 수 있는 새가 아니니, 한갓 사랑하고 그리워한들 과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진실로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는 것처럼 머무를 곳을 가리고, 굶주릴 때가 아니면 곡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절개가 돌보다 굳으며, 천 길 높이 날아오르듯 고상한 뜻이 우뚝하고, 오채의 무늬가 드러나듯 덕의(德儀)가 성대하게 아름다우며, 도가 있으면 나타나고 도가 없으면 은둔하는 것처럼 때에 맞게 행하고 때에 맞게 그칠 수 있다면 어느 누가 내가 사람 가운데 봉황이라고 말하지 않겠는가. 단산(丹山)에서 생산된 구포(九苞)의 깃주 58)을 본 뒤에야 상서롭다고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재봉이여! 재봉이여! 그 실제에 힘써 부응하여 문명(文明)의 상서로움을 군자의 나라인 우리나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주석 58)단산(丹山)……깃
단산은 봉황이 산다는 전설상의 산 이름이고, 구포(九苞)는 봉황의 미칭(美稱)으로 봉황의 깃에 아홉 가지의 빛깔이 나타난다고 한다. 《山海經 卷1 南山經》
文岐瑞字說
鳳不常有之鳥也。至於少昊之世。儀於虞舜之廷。鳴於文王之岐。自是厥後。周公有不聞之歎。尼翁有不至之語。況於叔季乾坤。長夜漫漫。而可得以見之乎。文君在鳳。表德以岐瑞。蓋取鳳鳴岐山。而所以示愛慕不已。然非可見之物。而徒然愛慕。果何益矣。苟能擇其所止。如非梧不棲。介之于石。如飢不喙粟。志尙卓犖。如翔高千仞。德儀弸彪。如文著五彩。時行時止。如有道則見。無道則隱。則孰謂我非人中之鳳乎。不必見丹山之産九苞之翼而後謂之瑞也。鳳兮鳳兮。勉副其實。以迴文明之祥於東方君子之國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