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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사열에게 써서 주다(書贈魏士悅)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1.TXT.0027
위사열에게 써서 주다
공자가 말하기를, "자제들은 집에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밖에 나와서는 공손하며, 행실을 삼가고 말을 미덥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를 가까이 해야 하니, 이것을 행하고 여력이 있으면 글을 배워야 한다."주 54)라고 하였다. 주자가 말하기를, "집안일이 번다하면 학문을 하는데 방해가 되니, 이는 본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힘써 공부하는 실제의 바탕이 되니, 매사에 도리를 간파하여 쉽게 지나쳐버리지 말고 다시 그 사이에서 평소의 병통을 간파하여 통렬하게 잘라 제거한다면 학문을 하는 방도로 무엇이 이보다 더하겠는가. 만약 벗어나려는 마음이 일어나고, 배척해 버리려는 생각이 생기면 이치와 일이 도리어 둘로 나뉘게 될 것이니, 책을 읽더라도 또한 사용할 곳이 없게 될 것이다."주 55)라고 하였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자제의 직분에 제일가는 말이기에 나는 젊어서부터 이 말을 매우 아끼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또한 하루도 실제로 여기에 힘을 쓴 적이 없어 머리가 희도록 성취함이 없는 데 이르고서야 마침내 인생의 끝없는 회한을 품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위 사문(魏斯文) 사열(士悅)이 바야흐로 독로(篤老 70세 이상의 노인) 아래에서 집안일을 주관하면서 책을 읽어 어느 한 쪽도 폐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는 말을 듣고 부족하나마 공자와 주자의 두 문단의 말을 외어 알려 준다. 사열은 시험 삼아 이것을 착실하게 체험하고 감당하여 오래오래 쌓아서 하루아침에 성대하게 효과를 보게 된다면 번거롭더라도 보잘것없는 적막한 물가로 소식을 전해주어 평생토록 성취하지 못한 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바란다.
주석 54)자제들은……한다
《논어》 〈학이(學而)〉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55)집안일이……것이다
주희(朱熹)가 60세 때 진공석(陳孔碩)에게 답한 편지에 나오는 말이다. 《朱子大全 卷49 答陳膚仲》
書贈魏士悅
孔子曰。弟子入則孝。出則弟。謹而信。沈愛衆而親仁。行有餘力則以學文。朱子曰。家務叢委。妨於學問。此固無可奈何。然只此便是用功實地。每事看得道理。不令容易放過。更於其間。看得平日病痛。痛加剪除。爲學之道。何以加此。若起一脫去之心。生一排遣之念。則理事却成兩截。讀書亦無用處矣。此是說爲人子弟日用職分第一語也。余自少也。未嘗不酷愛此語。而亦未有一日實用力於此。以至白首無成。竟抱人生無窮之恨。今聞魏斯文士悅。方在篤老下。而幹蠱讀書。有不可偏廢。聊誦孔朱語二段以告之。願士悅試於此着實體當。久久積累。至於一朝而有沛然見效。則煩爲寄聲於區區寂寞之濱。以慰此平生未就之意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