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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칠설을 황경함에게 보여주다(四七說示黃景涵)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1.TXT.0021
사칠설을 황경함에게 보여주다
칠정(七情)은 공자가 말한 것으로, 《예경(禮經 예기(禮記))》에 드러나 있다.주 43) 이것은 사람의 정에 이 일곱 가지가 있음을 통틀어 말한 것인데, 맹자는 어찌하여 공자가 이미 완성해서 말한 칠정을 취하지 않고 도리어 이처럼 사단(四端)이라는 이름을 따로 말한 것인가?
대체로 칠정은 본디 모두 본성에서 발현되어 선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기제(機制)가 악으로 흐르기 쉬워 모두 반드시 선하다고 보장할 수 없으니, 그것을 인용하여 모든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는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때문에 칠정 중에 특별히 모든 사람이 똑같아서 선하지 않을 수 없는 정을 취하여 실증한 것이니, 그 뜻이 지극하다. 이미 선하지 않을 수 없는 정만을 취한 것이라면 성냄[忿懥]이나 기뻐함[好樂]처럼 악으로 흐르기 쉬운 정이 그 가운데에 있다고 말하더라도 또한 무슨 해가 되겠는가. 선과 악을 겸하기 때문에 사단(四端)을 포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며, 더욱이 칠정은 본디 대번에 선과 악을 겸한다고 말할 수 없음에랴. 만약 넓은 의미로 말한다면 사단이 칠정을 포괄할 뿐만 아니라, 오직 '측은(惻隱)' 두 글자만으로도 천하의 정을 포괄할 수 있다. 만약 그 자체로 나누어 말한다면 사단은 그대로 사단일 뿐이고, 칠정을 포괄할 수 없다. 예컨대, 인(仁)을 넓은 의미로 말하면 본디 사덕(四德 인의예지(仁義禮智))을 겸하지만, 만약 좁은 의미로 말한다면 인은 그대로 인이고, 의는 그대로 의일 뿐이니, 어찌 서로 섞일 수 있겠는가.
또 참조할 만한 말이 한 가지 있다. 《대학(大學)》의 사유소(四有所)주 44)와 같은 것도 애초에 사덕에서 발현되지 않는 것이 없으니, 그것을 사단(四端)이라 말하더라도 또한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맹자는 특별히 '측은' 등의 사단을 말하였고, 《대학》에서는 특별히 '분치(忿懥)' 등의 사유소를 말하였으니, 이처럼 같지 않은 것은 어째서이겠는가? 또 노사(蘆沙)선생이 사단을 근본으로 여긴다고 말한 것은 그것이 발현되어 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물욕에 의해 뒤섞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일 뿐, 우리 벗의 말처럼 칠정을 지엽으로 여긴 것은 아니다. 만약 우리 벗의 말처럼 사단을 근본으로 여기고, 칠정을 지엽으로 여긴다면 이것이 무슨 의리이겠는가. 다시 더욱 생각해 보게나.
주석 43)칠정(七情)은……있다
《예기(禮記)》 〈예운(禮運)〉에 "무엇을 칠정이라 하는가?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이니, 일곱 가지는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다.[何謂七情? 喜怒哀懼愛惡欲, 七者, 弗學而能.]"라는 구절이 보인다.
주석 44)사유소(四有所)
마음이 바르지 못하게 되는 네 가지 병통인 '분노[忿懥]', '두려움[恐懼]', '좋아함[好樂]', '근심[憂患]' 을 말하는 것으로, 《대학장구》 전(傳) 7장에 "마음에 분노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며, 두려워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며, 좋아하고 즐기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며, 근심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心有所忿, 則不得其正; 有所恐懼, 則不得其正; 有所好樂, 則不得其正; 有所憂患, 則不得其正.]"라고 하였다.
四七說示黃景涵
七情是孔子之說而著於禮經者也。是統言人之情有此七者。則孟子何不取孔子已成說底七情。而乃別說四端之名如是云耶。蓋七情固皆發於性而無不善者。但其機易流於惡。而不能皆保其必善。則引之不足爲人人性善之證案。故乃於七情之中。特取其人人所同然而不得不善之情以實之。其意至矣。旣取其情之不得不善者。則其情之易流於惡者。如忿懥好樂。謂不在其中。亦何害耶。非謂兼善惡之故而能包四端也。況七情本不可遽以兼善惡言之耶。若專言則不惟四端包七情。惟惻隱二字。足以包天下之情。若就當體上分言。則四端自四端。而不能包七情矣。如仁專言。固該四德。若偏言則仁自仁義自義。胡可相混耶。且有一語可旁照者。如大學四有所。亦未始不發於四德。則謂之四端。亦非過語也。然則孟子特言惻隱等四端。大學特言忿懥等四有所。而若是不同何耶。且蘆沙先生以四端爲根本說者。以其發而直遂。不被物欲混淆云耳。非以七情爲枝葉如吾友言也。若如吾友之言。以四端爲本根。以七情爲枝葉。此何義理也。更加思惟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