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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정부에게 써서 주다(書贈魏定夫)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1.TXT.0018
위정부에게 써서 주다
내가 정부(定夫)와 이별한 지 이제 10여 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에 비록 소소한 교제가 있긴 하였지만 모두 스쳐지나가듯 짧은 만남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온축한 바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전 금릉(金陵 김포)으로 성묘하러 갈 때 지나는 길에 그의 집을 방문하여 여러 날 동안 머무르게 되었다. 이로 인해 그가 조부모님과 부모님을 모시며 보살피는 것을 보았는데, 화락하고 신실하여 대답하고 나아가거나 물러나는 예절이 참으로 배운 바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할 만하였니, 마음으로 소중하게 여겼던 나의 바람에 실로 위로가 되었다. 다만 집이 깊고 넓어서 일이 매우 번다한지라, 생각건대 책을 읽는 한 가지 일에 있어서는 아침저녁으로 겨를이 없었을 것이니, 일의 형세로 볼 때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이 총명함을 개발하고 의리와 이익을 변별하여 덕을 진전시키고 공업을 닦는 바탕으로 삼을 것은 독서가 아니면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는가. 옛사람의 이른바 '아는 것이 지극하면 뜻이 성실해진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를 말한 것이니, 모름지기 어버이의 가르침을 받드는 여가와 집안일을 주관하는 틈에 《논어》와 《맹자》, 《성리대전》 등의 글에 침잠해 이치를 익혀서 훤하게 꿰뚫고 깊이 젖어들어야 할 것이다. 날마다 이와 같이 하여 과정(課程)을 엄격하게 세운다면, 집에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공손하며 일상생활을 할 즈음에 저절로 말하지 않아도 깨우치는 것이 있어서 날로 고명하고 광대한 경지로 나아갈 것이니, 힘쓰고 힘써야 할 것이다.
書贈魏定夫
余與定夫別。十有餘年于玆矣。其間雖有小小過從。皆出於霎然之頃。未有以究其所蘊。日者往金陵展墳。歷過高軒。留連數日。因見其侍省重庭。怡愉洞屬。唯諾進退之節。誠可謂不負所學矣。心乎愛矣。寶慰所望。但家戶深豁。事務浩繁。至於讀書一着。想未有朝夕之暇。揆以事勢。安得不然。然人之所以開發聰明。辨析義利。爲進德修業之地者。非讀書。何以藉手。古人所謂知至而意誠者。正謂此也。須於趨庭之餘。幹蠱之暇。將論孟性理等書。沈潛溫理。通透浹洽。日日似此。嚴立課程。則入孝出恭。日用云爲之際。自有不言而喩者。而日進乎高明廣大域矣。勉之勉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