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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군 선경에게 주다(贈鄭君善敬)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1.TXT.0016
정군 선경에게 주다
공자가 말하기를, "중도를 행하는 사람을 얻어서 함께할 수 없다면 반드시 광자(狂者)나 견자(狷者)와 함께할 것이다. 광자는 진취적이고, 견자는 하지 않는 바가 있다."라고 하였는데, 맹자가 이 말을 인용하여 칠편(七篇)주 37)의 끝에서 여러 성인이 도통을 전수한 말 앞에 써 놓았으니, 그 뜻이 심원하다. 성현이 사람을 가르치고자 하는 뜻과 도를 전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매우 간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가르칠 만한 인재가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정군(鄭君) 선경(善敬)은 자태와 국량이 진실로 일반 사람과 달랐으니, 호탕하고 씩씩하여 어디에 얽매이지 않았고, 불우한 상황에서도 짝할 자가 없을 정도로 빼어났으며, 훤칠하니 수레를 뒤엎는 말과 같은 기상이 있었다. 내가 일찍이 혼잣말로, '이러한 사람은 애초부터 옛적에 일컬었던 광자와 같은 부류의 선비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귀의할 곳이 없어 홀로 쓸쓸히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사람이 아닌 적이 없으니 어찌 함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느덧 세월이 점점 흘러 풍상(風霜)을 겪고 군의 나이가 이미 40을 넘게 되자 들뜬 생각이 사라지고 진실한 마음이 드러나면서 슬픔과 회한이 더욱 절실해지고, 분발함이 더욱 지극해졌다. 이에 문을 닫아걸고 종적을 감춘 채 《 대학(大學)》 한 책에 침잠하여 곱씹은 지 이미 오래되었다.
아, 자애롭고 착하며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은 좋은 사람이 아닌 적이 없지만 나아가 성취하는 데에 힘이 없으니, 이것이 성인께서 취하지 않고 유독 광자와 견자를 취하신 이유이다. 김군은 이미 마음을 굽히고 머리를 수그리며 여기에 종사하고 있으니, 과감하게 나아가는 힘은 두려움 없이 홀로 설 수 있을 것이며, 강인한 뜻은 만 명의 사내라도 빼앗지 못할 것이다. 옛사람 말에 이르기를, "진정한 대영웅은 전전긍긍(戰戰兢兢)한 가운데에서 나온다."라고 하였으니, 군은 힘쓰게나.
주석 37)칠편(七篇)
《맹자》의 별칭으로, 본래 〈양혜왕(梁惠王)〉, 〈공손추(公孫丑)〉, 〈등문공(滕文公)〉, 〈이루(離婁)〉, 〈만장(萬章)〉, 〈고자(告子)〉, 〈진심(盡心)〉의 7편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후한(後漢)의 학자 조기(趙岐, 108~201)가 환제(桓帝) 때에 처음으로 주석을 내고, 매 편을 각각 상하(上下)로 나누어 총 14편으로 만든 이후로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맹자》는 모두 14편이다.
贈鄭君善敬
孔子曰。不得中行而與之。必也狂狷乎。狂者進取。狷者有所不爲。孟子引此語。而書之於七篇之終群聖傳統之前者。其旨遠矣哉。聖賢誨人之意。傳道之心。非不切至。而非有可敎之才。則將何以爲之。鄭君善敬姿相器局。固已異於人矣。而豪爽不羈。落拓不群。軒軒然有覂駕之氣。余嘗自語。以爲此未始非古所稱狂士之流亞。而踽踽不遇悠悠不歸者。豈不可借。旣而歲月侵尋。風霜荏苒。而君之年。已四十有餘矣。浮念銷歇。眞心呈露。悲悔轉切。奮發愈至於是社門斂迹。將大學一書。沈潛咀嚼。蓋已久矣。嗚乎。慈善溫柔的。未爲不是好人。而其於進就無力焉。此聖人所不取而獨取狂狷者也。今君旣已屈心低首。從事於斯。則其果敢之力。剛毅之志。必將有獨立不懼。萬夫莫奪者矣。古人語曰。眞正大英雄自戰戰兢兢中出來。君其勉乎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