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잡저(雜著)
  • 박관보의 자설(朴寬甫字說)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1.TXT.0009
박관보의 자설
사람의 그릇은 역량이 똑같지 않으니, 근약(斤龠)과 같은 역량으로는 두소(斗筲)와 같은 역량을 수용할 수 없고주 24), 부곡(釜斛)과 같은 역량으로는 종정(鍾鼎)과 같은 역량을 수용할 수 없으며주 25), 강하(江河)와 같은 역량으로는 천지와 같은 역량을 수용할 수 없다. 지금 작은 힘과 적은 용량으로 보잘것없는 양을 수습하고 방울져 떨어지는 물을 주입하여 모은다 한들 끝내 받아들이는 양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 만약 크게 수용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 그릇을 크게 해야 한다.
천지는 본디 나와 동체이고, 사해(四海)는 본디 나와 한 집안이며, 천지가 제자리를 잡고 만물이 길러지는 데에 참여하여 돕는 것은 본래 나의 일이니, 이것이 옛사람이 학문을 하는 초기에 반드시 큰 뜻을 세우고 큰 본체를 정립하여 차례대로 채우고 길러 나아가서 허다한 사업을 이루어 낼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러므로 공자가 말하기를, "너그러움으로써 거하라."라고 하였고, 정자가 말하기를, "마음이 크면 온갖 일이 모두 형통한다."라고 하였으니, 관보(寬甫)는 힘쓰기 바란다.
주석 24)근약(斤龠)의……없고
근(斤)은 무게의 단위로 16냥이 1근이 되고, 약(龠)은 용량의 단위로 한 홉(合)의 10분의 1에 해당하며, 두(斗)는 한 말들이, 소(筲)는 한 말 두 되들이의 용기(容器)를 말한다.
주석 25)부곡(釜斛)의……없으며
부(釜)는 6말 4되, 곡(斛)은 10말이 들어가는 그릇이고, 종(鍾)은 여덟 곡(斛)이 들어가는 그릇이며, 정(鼎)은 큰 솥으로 부곡보다 큰 그릇이다.
朴寬甫字說
人之器。量不一。斤龠之量不能容斗筲。釜斛之量。不能容鍾鼎。江河之量不能容天地。今以孑孑之力。區區之量。零星收拾。涔滴注會。而畢境所受。爲幾何哉。噫如欲大有所容。必有以大其器。天地本吾同體。四海本吾一家。參贊位育。本吾職事。此古人所以爲學之初。必先立大志定大體。而次第充養將去。做得來許多事業者也。故孔子曰。寬以居之。程子曰。心大則百物皆通。願寬甫勉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