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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여명과 유계뢰, 하로익에게 써서 주다(書贈姜汝明柳季雷河魯益)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1.TXT.0007
강여명과 유계뢰, 하로익에게 써서 주다
사군자가 마음을 세우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데에는 본래 그 방도가 있으니, 평탄하거나 험난하다고 해서 나아가거나 물러나지 않고, 영화롭다거나 괴롭다고 해서 나아가거나 등지지 않아서 넘어지고 떠도는 데에 이르게 하는 것이 비록 만 가지로 매우 많다 하더라도 나의 의리를 행하는 것은 본디 그대로이다. 그러나 학문으로 앎을 열고 성경(誠敬)으로 마음을 길러서 지킴을 견고하게 하고 행함을 독실하게 하지 않는다면 뜻이 기운을 통솔하지 못하고 기운이 몸에 충만하지 못하여 평상시 생활하는 사이에 저절로 뜻과 기운이 쇠퇴하고 게을러져서 열에 칠팔은 새어 버리는 폐단이 있게 됨을 면치 못할 것인데, 하물며 창졸간의 위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힘을 내어 우리가 지키던 것을 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옛사람이 이른바 옥중에서 《상서(尙書)》를 읽고 배 안에서 《대학》을 읽었다는 것이 오활한 유자(儒者)의 졸렬한 방법인 것 같지만, 진실로 환난에 처해서 환난대로 행하는 제일의 일인 것이다.
세 군이 사문(師門) 애산(艾山)주 22)다. 저서로는 《노백헌집》이 있다.
의 명으로 오백 리 길을 산 넘고 물 건너 부춘(富春)의 영귀정(詠歸亭)을 찾아온 것은 대체로 세한(歲寒)의 풍상에 매우 고생하여 영결(永訣)을 알리기 위한 뜻이었다. 떠나려 하면서 한마디 말을 해 줄 것을 청하니, 아, 비록 군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구구하게 서로 돈후하게 대하는 뜻이 또 어찌 한량이 있겠는가. 다만 세상의 변고가 이와 같아서 앞으로 만날 일을 알 수 없으니, 우리들이 서로 알려 주고 권면하는 것이 어찌 다른 뜻이 있을 수 있겠는가. 진부하다고 해서 소홀하게 여기지 말아 준다면 다행이겠다.
주석 22)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 1843~1911)의 호이다. 자는 영오(英五)ㆍ후윤(厚允)이고, 호는 노백헌(老柏軒)ㆍ물계(勿溪)이며, 본관은 초계(草溪)이다. 경상남도 합천군 쌍백면 묵동에서 살았으며, 일신재(日新齋) 정의림(鄭義林)ㆍ대곡(大谷) 김석구(金錫龜)와 더불어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문하의 3대 제자로 불리었다. 저서로 《노백헌집》이 있다.
書贈姜汝明柳季雷河魯益
士君子立心行己。自有其道。不以夷險而前却。不以榮悴而向背。以至顚沛流離。雖極萬端。所以行吾義者。固自如矣。然非有學問而開其知。誠敬而養其心。使守之固而行之篤。則志不率氣。氣不充體。尋常日用。自不免有衰颯偸惰七漏八滲之弊。況於倉卒緩急。何以爲力而不失吾所守哉。古人所謂獄裏尙書。舟中大學。似涉於迃儒拙法。而實是素患行患第一事。三君以其師門艾山之命。跋涉半千里。相訪於富春之咏歸亭。蓋致其歲寒風霜辛勤告訣之意也。臨發。請以一言之贈。嗚呼。雖靡君敎。而區區相厚之意。又豈量哉。但世變如此。前頭遭遇。有不可知。則吾輩所以相告而相勉者。豈容有他般義諦哉。勿以陳腐忽之幸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