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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경부에게 주다(書贈高經夫)

일신재집(日新齋集) / 일신재집 권13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3.0001.TXT.0006
고경부에게 주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뜻[志]이 장수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공이 이루어지는 것은 오직 뜻에 달려 있다." 하였다.  꽃을 구경하고 버들가지를 꺾으며 물이나 나무를 운반하는 것은 소소한 일이지만 뜻을 세우지 않고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은 없는데, 하물며 학문을 하는 것은 큰 공부이고, 성현이 되는 것은 큰 사업이니, 뜻이 없이 얻을 수 있겠는가.
천지간에 천성인 형색을 실천하고 본성을 다하여 천만년 오래도록 표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성인만이 이러한 사람일 뿐이니, 나 또한 성인처럼 되기를 바라는 것을 자기의 분수에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삼고, 자신을 작게 여겨 뒤로 물러나려는 마음이 조금도 들게 하지 않는 것이 바로 뜻을 세우는 것이다. 이는 뜻을 세우는 것이 학문의 첫 출발점이 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세운 뜻을 지키는 것이 견고하지 않고 태만하거나 중단하면 연지로 그림을 그리거나 얼음에 새기는 일인들 어찌 이룰 수 있겠는가. 이는 뜻을 지키는 것이 학문의 요법(要法)이 되는 이유이다.
뜻은 형체가 없으니, 그것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의관을 단정하게 하고 시선을 존엄하게 가지며, 용모를 바르게 하고 생각을 가지런하게 하는 것을, 마치 상제(上帝)를 대하는 것처럼 하고 전쟁의 진지(陣地)에 있는 것처럼 하는 것들이 모두 뜻을 지키는 방법이니, 진실로 뜻을 세움이 높고 지킴이 확고하며, 또 사색하고 실천해 나가는 공부로 수레의 바퀴와 새의 날개처럼 서로 닦고 도와서 오래오래 그치지 않는다면 성인처럼 되는 것을 바라는 공부에 가깝지 않겠는가.
고군(高君) 경부(經夫)는 용모와 행동거지가 단정하고 진중하며 말과 논변에 근거가 있었다.나는 오래전부터 그가 뜻을 지닌 사람임을 알고 있었기에 부족하나마 그에 대해 들었던 것을 외어서 소원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의 만분의 일이나마 답한다.
書贈高經夫
古人曰。志帥也。又曰。功成惟志。夫看花折柳。運水搬柴。小小事。未有志不立而能有成者。況學問大功夫。聖賢大事業。可以無志而得之乎。天地間。能踐形盡性而爲千萬古標準。惟聖人是己。我亦以希聖爲己分合做底事。不使有一毫自小退托之心。便是立志。此立志所以爲學問之初着也。然持之不固。怠忽間斷。則脂畵氷鏤。曷以有成。此持志所以爲學問之要法也。志無形。其持之當如何。正衣冠。尊瞻視。動容貌。整思慮。如對上帝。如在戰陣。皆是持之之法。苟能立之高。持之確。又以思索踐履之功。交修而夾輔之。如車之輪鳥之翼。久久不息。則於希聖之功。不其幾矣乎。高君經夫容止端詳。言論有據。吾知其爲有志之人久矣。聊誦所聞。以塞其不遐之萬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