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입각설, 배사원에게 보이다(立脚說示裴士遠)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49
입각설, 배사원에게 보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지사(志士)는 구렁 속에 시신이 뒹굴게 될 것을 잊지 않고 용사(勇士)는 자기 머리를 잃는 것을 잊지 않는다."주 175)라고 하였다. 이것은 의리(義理)의 경계를 설명한 것이 지극한데, 형이하(形而下)를 잘라내 듯 분명히 한 것이 매우 힘이 있다. 사람들이 읊조리면서 고무되고 분발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대체로 사람의 마음은 두 곳에 사용할 수가 없고 천리(天理)와 인욕(人欲)은 양립이 용납되지 않는다. 이해(利害)를 따지는 마음이 무거워지면 도리(道理)로 향하는 마음이 가벼워지고 사생(死生)을 돌아보는 생각이 늘어나면 충정 강개(忠正慷慨)한 생각이 사라진다. 만약 '시신이 구렁에 뒹군다'거나 '머리가 잘린다'는 말을 쓰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어떻게 죽음으로 지키면서 도를 잘 행하기를주 176) 바라겠는가. 그러나 단지 두 구절의 말만 지켜서는 안 되고 평소 한가한 날에 반드시 이것의 가벼움과 저것의 중대함은 칼로 자르듯이 분명하여 바뀔 수 없는 도리라는 것을 반드시 궁구하여, 이(理)가 우세하고 기(氣)가 충만하게 한 이후에야 이 말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오직 사원(士遠)이 힘쓰기를 바란다.
주석 175)지사(志士)는……않는다
《맹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보인다.
주석 176)죽음을……행하기를
《논어》 〈태백(泰伯)〉에 "독실하게 믿으면서 학문을 좋아할 줄 알아야 하고, 죽음으로 지키면서 도를 잘 행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공자의 말이 보인다.
立脚說示裴士遠
孔子曰。志士不忘在溝壑。勇士不忘喪其元。此是說義理界至。截斷得下十分有力。令人諷誦。有激厲奮發底意思。蓋人心不可二用。理欲不容竝立。利害較計之心重。則道理趨向之心輕。死生顧慮之意長。則忠正慷慨之意消。苟不以在於壑喪其元。委以任之。則何望其有守死善道哉。然只守着二句語不得。平居暇日。必須窮究得彼輕此重。截然不可易底道理。使理勝氣充而後。可以不負此語。惟士遠勉乎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