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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문경오의 자에 대한 설(文敬五字說)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48
문경오의 자에 대한 설
사문(斯文) 문재희(文載熙)가 처음에는 경오(敬於)를 자(字)로 삼았는데, 대체로 "오집희경지(於緝熙敬止)"주 169)에서 취하였는데, 어느날 내가 '오(於)'를 '오(五)'로 고치기를 권하여 곧 경오(敬五)가 되었다. 경오(敬五)가 말하기를, "자(字)에 설(說)이 있는 것은 옛 법도입니다. 저를 위해 설명을 덧붙여 그 뜻을 자세히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경오는 내 고향의 선사(善士)주 170)이다. 평소에 아끼고 우러렀기에 굳이 사양하기 어려웠다. 하물며 망녕되이 고친 것이 있건만 감히 고치게 된 뜻을 자세히 말해주지 않겠는가. 무릇 학문의 도는 단지 지선(至善)의 소재를 밝히고 지선(至善)의 경지에 머물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지선의 소재를 밝히는 방도는 하루아침에 깨닫는 것을 말하지 않으며 반드시 거듭 쌓이고 계속된 다음에야 그 공을 알 수 있으며, 지선의 경지에 머무는 방도는 막혀 있는 채로 돌아보지 않는 것을 이르지 않고 반드시 장엄하고 공경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기른 다음에야 힘을 쏟을 수 있다. 이것은 집희경지(緝熙敬止) 이 네 자에 이미 남김없이 전부 담겨있다.
그러나 선후 완급(先後緩急)의 순서에 적합하지 못하면 이른바 '밝힌다[明]'라는 것은 바람을 움켜잡고 물에서 달을 건지려고 생각하게 되고 이른바 '머문다[止]'라는 것은 싹을 뽑아 자라는 것을 돕는주 171) 우환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집희경지(緝熙敬止)의 아래 문구에 '임금이 되어서는[爲人君]' 이하 다섯 가지의 세목주 172)이 있게 된 까닭이다. 이 다섯 가지는 바로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절실한 부분으로 손을 대고 첫걸음을 내딛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니 약여(躍如)주 173)하지 않겠는가.
'희(熙)' 자로 이름을 짓고 '경오(敬五)'를 자로 정하였으니 그 뜻이 서로 의지하고 그 공부가 번갈아 갖추어져 체(體)가 있으면 용(用)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을 수 있다. 경오는 이름을 돌아보고 뜻을 생각하여 부지런히 쉬지 않고 정진하기 바란다. 이른바 "시선이 허리띠 아래로 내려가지 않지만 도가 거기에 있다."주 174)라는 말도 또한 처음부터 이것이 아닌 것이 없다.
주석 169)오집희경지(於緝熙敬止)
《시경》 〈문왕(文王)〉에 "심원하도다, 우리 문왕이시여. 아, 실로 계속해서 공경하는 덕을 밝히셨도다.[穆穆文王, 於緝煕敬止.]"라고 하여 문왕의 덕을 칭송한 말이다.
주석 170)선사(善士)
《맹자》 〈만장 하(萬章下)〉에 "한 고을의 선사(善士), 즉 훌륭한 선비일 경우에는 한 고을의 선사를 벗으로 사귀고, 한 나라의 선사일 경우에는 한 나라의 선사를 벗으로 사귀고, 천하의 선사일 경우에는 천하의 선사를 벗으로 사귀고, 천하의 선사를 벗으로 사귀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또 옛사람을 숭상하여 논한다."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171)싹을……돕는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172)임금이……세목
《대학》에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목목한 문왕이여, 아! 계속하여 밝혀 공경하여 머무르셨다.'라고 하였으니, 임금이 되어서는 인에 머무르시고, 신하가 되어서는 경에 머무르시고, 자식이 되어서는 효에 머무르시고, 아버지가 되어서는 자애로움에 머무르시고, 나라 사람과 사귈 때는 믿음에 머무르셨다."라고 하였다.
주석 173)약여(躍如)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나오는 "군자는 활을 당기고 쏘지 않으나, 약여하여 중도에 서 있거든 능한 자가 따르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인용한 표현이다.
주석 174)시선이……있다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 "말은 평이하면서도 뜻은 심원한 것이 좋은 말이고, 지키기는 간단해도 베풀어질 수 있는 것이 좋은 도이니, 군자의 말은 눈앞의 일상을 얘기하지만 거기에 도가 있다."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한 주희의 주에 "옛사람들은 시선이 허리띠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허리띠 위는 바로 눈앞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지극히 가까운 곳이다."라고 하였다.
文敬五字說
文斯文載熙。表德初以敬於。蓋取於緝熙敬止之語也。一日余勸其改於以五。卽敬五也。敬五曰。字之有說古也。願爲之敷衍其義也。夫敬五吾鄕善士也。尋常愛仰。有難牢讓。況妄有所改。而敢不輸道其改之之意耶。夫學問之道。只是明夫至善之所在。而求止乎至善之地。明之之道。非一日頓悟之謂。必積累繼續而後。可見其功止之之方。非膠滯不顧之謂。必莊敬持養而後。可以爲力。此緝熙敬止四字。已說盡無餘蘊矣。然非有以適於先後緩急之序。則所謂明者。有捕風撈月之想。所謂止者。有揠苗助長之患。此緝熙敬止下文。所以有爲人君以下五者之目也。五者是人生日用平常切近之地。而所以示人下手發足之方。其不躍如乎。名之以熙。字之以敬五。其義相須。其功交備。可以有體而有用有始而有卒矣。願敬五顧名思義勉勉循循。則所謂不下帶而道存。亦未始非此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