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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조태경에게 써서 주다(書贈曺泰卿)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45
조태경에게 써서 주다
학문은 뜻을 세우는 것[立志]보다 우선하는 것이 없다. 일상생활의 소소한 일도 뜻이 세워지지 않으면 성취가 있을 수 없다. 하물며 커다란 공부와 커다란 사업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천지를 위해서 마음을 세우고[立心] 생민(生民)을 위해서 도를 세우고[立道] 옛 성현을 위해서 끊어진 학문을 잇고 만세(萬世)를 위해서 태평 성세를 여는 것주 159), 이것이 사군자(士君子)가 세우는 뜻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입지(立志)는 누구인들 없다고 하겠는가. 반드시 뜻을 지키고 잃지 않아야만 큰일을 할 수 있다. 지키는 것은 어떻게 하는가?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의 삼가고 두려워함주 160), 탕왕(湯王)과 문왕(文王)의 두려움과 공경스러움주 161), 공자(孔子)가 말한 의관을 정제하고 시선을 엄숙히 하는 것주 162), 자사(子思)가 이른 경계하고 근신하며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주 163)이 그것이다. 이것이 성인과 성인이 주고받은 첫 번째 요결(要訣)이며 치지(致知)와 독행(篤行) 등의 각종 공부가 모두 여기로부터 나왔다. 천하에 어찌 근원 없는 물줄기, 기초 없는 건물이 있겠는가. 이에 뜻을 세우고 뜻을 지키는 데 관한 말로 태경(泰卿)을 면려한다.
주석 159)천지를……여는 것
《근사록》 〈위학(爲學)〉에 장재(張載)가 이르기를 "천지를 위하여 마음을 정립하고 생민을 위하여 도를 정립하며, 옛 성인을 위하여 끊어진 학문을 잇고 만세를 위하여 태평 시대를 열어야 한다.[爲天地立心, 爲生民立道, 爲去聖繼絕學, 爲萬世開太平.]"라고 하였다.
주석 160)요(堯)임금과……두려워함
《서경》 〈우서(虞書) 고요모(皐陶謨)〉에 보이는 말이다.
주석 161)탕왕(湯王)과……공경스러움
《시경》 대아(大雅) 〈사제(思齊)〉에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덕을 찬양하면서 "궁중(宮中)에 계실 때에는 온화하였고, 종묘(宗廟)에 계실 때에는 공경스러웠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항상 임재(臨在)한 존재가 있는 것처럼 여기셨고, 싫증내어 나태하지 않은 때에도 항상 공경하는 마음을 보전하셨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주석 162)공자(孔子)가……하는 것
《논어》 〈요왈(堯曰)〉에 공자가 자장(子張)에게 다섯 가지 미덕을 가르쳐 주면서 "군자는 의관을 정제하고 시선을 엄숙히 한다."라고 한 내용이 보인다.
주석 163)자사(子思)가……두려워하는 것
《중용장구》 제1장의 "도라는 것은 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보이지 않는 때도 경계하고 근신하며, 들리지 않는 때도 걱정하고 두려워한다."라고 하였다.
書贈曺泰卿
學莫先於立志。夫日用小事。未有志不立而能有所就。況大工夫大事業乎。爲天地立心。爲生民立道。爲往聖繼絶學。爲萬世開太平。此士君子所立之志也。然一時立志。誰曰無之。必須持其志而不失。可以有爲。持之如何。堯舜之兢兢業業。湯文之栗栗肅肅。孔子所謂正衣冠尊瞻視。子思所謂戒愼恐懼是也。此是聖聖授受第一要訣。而致知篤行種種工夫。皆從此出。天下安有無源之流。無基之築哉。玆以立志持志之說。爲泰卿勉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