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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문세원에게 부쳐 보내다(寄贈文世元)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43
문세원에게 부쳐 보내다
면암 선생(勉庵先生)이 후학을 버리신 지 오래되었다. 선생의 문인인 사문(斯文) 문세원(文世元)이 터를 만들고주 153) 여러 해 동안 시묘(侍墓)를 하고 돌아갔다. 인하여 내 집을 지났는데 서로 마주한 채 슬퍼하고 위로하는 정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 산이 무너지고 들보가 꺾였으니주 154) 우리는 어디에 의지해야 하는가.
바라건대 사문(斯文)은 지금부터 교유를 끊고 문을 닫고 장막을 드리운 채 옛날에 익힌 학문을 정리하고 새로운 추향(趨向)을 개발하며 궤짝에 보관된 보옥처럼 광채를 감추고 한겨울의 소나무처럼 정기를 갈무리하여 선생의 도가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라. 이것이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부처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힘쓰시라!
주석 153)터를 만들고
원문의 '축장(築場)'은 스승이 돌아가신 뒤에 무덤가에 움막을 짓고 거상(居喪)하는 것을 말한다.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공자께서 돌아가시자 3년이 지난 다음 문인들이 짐을 챙겨 돌아갔지만, 자공(子貢)은 다시 돌아와 묘 마당에 집을 짓고서 홀로 3년을 거처한 다음에 돌아갔다.[昔者孔子沒, 三年之外, 門人治任將歸……子貢反, 築室於場, 獨居三年然後歸.]"라고 하였다.
주석 154)산이……꺾였으니
원문 '산퇴(山頹)'는 스승이나 훌륭한 사람의 죽음을 말한다. 공자(孔子)가 아침 일찍 일어나 뒷짐을 지고 지팡이를 끌고 문 앞에 한가로이 노닐며 노래하기를, "태산이 무너지고 대들보가 부러지고 철인(哲人)이 죽겠구나.[泰山其頹乎, 梁木其摧乎, 哲人其萎乎.]"라고 하더니, 그 후 곧 세상을 떠났다. 《禮記 檀弓上》
寄贈文世元
勉庵先生棄後學久矣。其門人文斯文世元。築場侍筵積年而歸。因過敝廬。其相對悲慰之情。有不可言。嗚呼。山頹梁折。吾儕安倣。願斯文自此以往。謝絶交游。社門下帷。溫理舊業。開發新趣。潛光含輝。如韞櫝之玉。斂液藏精。如大冬之松。使先生之道不墜於地。此佛家所謂報佛恩者也。勉之勉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