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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문세원에게 부쳐 보내다(寄贈文世元)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문세원에게 부쳐 보내다
면암 선생(勉庵先生)이 후학을 버리신 지 오래되었다. 선생의 문인인 사문(斯文) 문세원(文世元)이 터를 만들고주 153) 여러 해 동안 시묘(侍墓)를 하고 돌아갔다. 인하여 내 집을 지났는데 서로 마주한 채 슬퍼하고 위로하는 정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 산이 무너지고 들보가 꺾였으니주 154) 우리는 어디에 의지해야 하는가.
바라건대 사문(斯文)은 지금부터 교유를 끊고 문을 닫고 장막을 드리운 채 옛날에 익힌 학문을 정리하고 새로운 추향(趨向)을 개발하며 궤짝에 보관된 보옥처럼 광채를 감추고 한겨울의 소나무처럼 정기를 갈무리하여 선생의 도가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라. 이것이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부처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힘쓰시라!
- 주석 153)터를 만들고
- 원문의 '축장(築場)'은 스승이 돌아가신 뒤에 무덤가에 움막을 짓고 거상(居喪)하는 것을 말한다.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공자께서 돌아가시자 3년이 지난 다음 문인들이 짐을 챙겨 돌아갔지만, 자공(子貢)은 다시 돌아와 묘 마당에 집을 짓고서 홀로 3년을 거처한 다음에 돌아갔다.[昔者孔子沒, 三年之外, 門人治任將歸……子貢反, 築室於場, 獨居三年然後歸.]"라고 하였다.
- 주석 154)산이……꺾였으니
- 원문 '산퇴(山頹)'는 스승이나 훌륭한 사람의 죽음을 말한다. 공자(孔子)가 아침 일찍 일어나 뒷짐을 지고 지팡이를 끌고 문 앞에 한가로이 노닐며 노래하기를, "태산이 무너지고 대들보가 부러지고 철인(哲人)이 죽겠구나.[泰山其頹乎, 梁木其摧乎, 哲人其萎乎.]"라고 하더니, 그 후 곧 세상을 떠났다. 《禮記 檀弓上》
寄贈文世元
勉庵先生棄後學久矣。其門人文斯文世元。築場侍筵積年而歸。因過敝廬。其相對悲慰之情。有不可言。嗚呼。山頹梁折。吾儕安倣。願斯文自此以往。謝絶交游。社門下帷。溫理舊業。開發新趣。潛光含輝。如韞櫝之玉。斂液藏精。如大冬之松。使先生之道不墜於地。此佛家所謂報佛恩者也。勉之勉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