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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안경우에게 써서 주다(書贈安景禹)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42
안경우에게 써서 주다
학자(學者)는 우선 천리(天理)와 인욕(人欲)의 분별을 매우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단정하고 의젓하며 고요하고 전일한 가운데 천리를 기르며주 150) 빈객을 맞이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체득하여 조금씩 쌓아가 세월이 깊어지면 눈앞의 사물은 이 도리가 아닌 것이 없다. 삼공(三公)의 지위로도 고귀함을 비유할 수 없고 만종(萬鍾)의 녹봉으로도 부유함을 견주지 못하며 천하의 모든 사물도 이보다 더할 것이 없다. 이로써 큰일을 처리하고 커다란 변고(變故)에 임하면 장차 그 기세가 패연(沛然)하여 일삼는 바가 없음을 행하게 될 것이다.주 151) "진정한 대영웅은 전전긍긍(戰戰兢兢)하는 상황에서 출현한다."주 152)라는 말이 어찌 나를 속이겠는가. 늙도록 무지(無知)한 처지라 감당하지 못하여 부끄럽지만 정의(情誼)를 생각하니 또 그냥 그만둘 수가 없다. 삼가 일상생활에 절실한 학문의 절도(節度)를 적어 주어 이를 대신한다.
주석 150)단정하고……기르며
주자의 《대학혹문》에 "단정하고 의젓하고 고요하고 전일한 가운데 이 마음을 보존하여 리를 궁구하는 근본으로 삼고,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변별할 때에 이 리를 궁구하여 마음을 다하는 공부를 지극하게 한다.[存此心於端莊靜一之中, 以爲窮理之本, 竆此理於學問思辨之際, 以致盡心之工.]"라는 내용이 있다.
주석 151)일삼는……것이다
맹자가 "지혜를 미워하는 것은 천착하기 때문이니, 만일 지혜로운 자가 우 임금이 물을 흘러가게 하듯이 한다면 지혜를 미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우 임금이 물을 흘러가게 한 것은 일삼는 바가 없이 자연의 형세에 따른 것이니, 만일 지혜로운 자가 또한 일삼는 바가 없음을 행한다면 지혜가 또한 클 것이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離婁下》
주석 152)진정한……출현한다
《회암집(晦庵集)》 권36 〈답진동보(答陳同甫)〉에 다음과 같은 주자의 말이 보인다. 이를 축약한 것이다. "참으로 정대한 영웅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웅이라도 조심조심하여 깊은 못에 임하듯 얇은 얼음을 밟듯이 하는 곳에서 만들어진다.[眞正大英雄人. 然此一種英雄, 却是從戰戰兢兢, 臨深履薄處, 做將出來.]"
書贈安景禹
學者先須識得天理人欲之分。十分明白。養之於端莊靜一之中。體之於酬酢云爲之際。銖累寸積。日人月深。則眼前物事。無非此箇道理。不以三公而喩其貴。不以萬鍾而較其富。至於擧天下之物而無以尙之。以之處大事臨大變。將沛然而行其所無事矣。所謂眞正大英雄。自戰戰兢兢中出來者。豈欺我哉。白首倥倥。愧無以承當。而撫念事契。又不可以但已。謹述學問節度切於日用者。以塞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