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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위운여의 자에 대한 설(魏雲汝字說)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39
위운여의 자에 대한 설
용은 만약 구름을 일으키지 못하면 용이 아니다. 굳이 우리에 가두어 기르면 개나 양과 같고, 새장에 가두면 매와 같다. 그러나 구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하늘로 오르기도 하고 땅으로 내려오기도 하여 신령스러운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구름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바로 용의 덕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깊은 연못 아래에 숨어 있고 천 길 깊은 곳에 틀어박혀 있어도 갈수록 더욱 깊이 잠기고 갈수록 더욱 고요하여, 보통의 물고기가 그러하듯 서로 어울려 출입을 하고 무리를 이루어 오고 간 적이 없으니 하루 이틀 쌓인 것이 아니다. 가장 깊이 잠겨있는[至潛] 것은 반드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至著] 쓰임이 있고 지극히 고요한[至靜] 것은 반드시 지극히 움직이는[至動] 오묘함이 있으니 용의 덕은 이로써 이루어지고 덕이 이루어지면 구름이 뒤따른다.
나의 벗 위군 계룡(魏君啓龍)이 이미 '용(龍)' 자로 이름을 정하였으니 용이 되는 방법을 찾아서 자(字)를 지어야 마땅하건만, 도리어 이와 반대로 결국 궁극에는 저절로 이르는 '운(雲)'을 자로 삼았는가. 아, 용이 되어 구름을 기약하는 것은 학문을 하여 신(神)을 궁구하고 조화를 아는 것[窮神知化]주 142)을 기약하는 것과 같다. 궁신지화(窮神知化)가 비록 성대하게 길러서 저절로 이르는 것주 143)이라고 하더라도 표준과 지향은 그치지 않는 데 있다. 《주역》에 이르기를, "용과 뱀이 숨는 것은 자신의 몸을 보전하기 위함이다."라고 하고, "의(義)를 정밀히 연구하여 신묘한 경지에 들어가는 것은 치용(致用)을 위함이다."주 144)라고 하였다. 운여(雲汝)는 이름을 돌아보고 뜻을 생각하여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힘쓰기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천하가 문명(文明)이 이루어지는 날 혹 뛰어오르거나 밭에 있지 않을지 어찌 알겠는가.주 145)
주석 142)신(神)을……아는 것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자벌레가 몸을 굽혀 움츠리는 것은 장차 몸을 펴기 위해서이고, 용과 뱀이 땅속에 숨는 것은 몸을 보전하기 위해서이다. 사람이 의(義)를 정밀히 하여 신묘한 경지에 들어감은 장차 극진하게 쓰기 위해서이고, 쓰는 것을 이롭게 하여 몸을 편안히 함은 덕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 단계를 지나서 더 나아가면 혹 헤아릴 수 없으니, 신(神)을 궁구하여 조화를 아는 것이 덕의 성대함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주석 143)궁신지화가……이르는 것
장재(張載)의 《정몽(正蒙)》 〈신화(神化)〉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144)의(義)를……위함이다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보이는 말이다.
주석 145)천하가……알겠는가
《주역》 건괘(乾卦) 구이(九二)에 "나타난 용이 밭에 있음이니, 대인을 만나 보는 것이 이롭다." 하였는데, 그 문언전(文言傳)에 "나타난 용이 밭에 있다는 것은 천하가 문명하다는 것이다.[見龍在田 天下文明]" 라는 구절을 인용하였다. '혹 뛰어오른다'라는 말은 건괘 구사(九四)에 보인다.
魏雲汝字說
龍而不雲非龍也。必牢而畜之如犬羊。籠而縶之如鷹隼。惟其能雲。是以或升或降。靈變不測。然此非雲之力。乃龍之德有以致之也。藏於九淵之下。縶於千仞之深。潛而愈潛。靜而愈靜。未嘗唯唯而出入。洋洋而往來。如凡魚之爲者。非一日二日之積矣。至潛者必有至著之用。至靜者。必有至動之妙。而龍之德。得以成焉。德成而雲從之矣。余友魏君啓龍。旣命名以龍。則當求其所以爲龍者以表德焉。乃反以在外之雲究竟自至者而爲之耶。噫龍而期於雲。猶學而期於窮神知化也。窮神知化。雖云養盛自至。而所以爲標準向望。則在所不已。易曰。龍蛇之縶。以存身也。精義入神。以致用。願雲汝顧名思義。勉勉不措。則安知無或躍在田。天下文明之日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