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박선장의 자에 대한 설(朴善長字說)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38
박선장의 자에 대한 설
박생 인동(朴生仁東)이 선장(善長)을 자(字)로 삼았으니, 대체로 《주역》에서 말한 "군자는 인(仁)의 도리를 체득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어른이 될 수 있다."주 139)라는 뜻을 취하였다. 무릇 인(仁)은 천지가 사물을 낳는 마음이고 사람이 얻어서 마음으로 삼는 것이다. 인은 체(體)의 크기가 천지와 합하고 용(用)의 오묘함은 만물에 두루 미친다. 그 가깝고 절실함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사이라도 어길 수 없고 그 중대함은 목숨으로도 바꾸지 못한다.
편맹(編氓 평민)의 미천한 신분으로도 천하의 양귀(良貴)주 140)를 얻고 사면(四面)이 벽 뿐인 누추한 처지로도 천하의 넓은 거처주 141)에 처하며 필부(匹夫)의 비루한 처지로도 천하의 중임(重任)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것이 '장인(長人)'의 뜻이고 어느 지위에 있든 태연자약함이 있는 것이다. 인(仁)을 체득하는 공부에 대해서 말하자면 《소학(小學)》이 그 논밭이고 《대학(大學)》이 그 규모이고 《논어(論語)》, 《맹자(孟子)》가 그 궤적이고 《시경(詩經)》, 《서경(書經)》과 예악(禮樂)이 그 절도(節度)이다.
바라건대 선장(善長)은 경적(經籍)에 힘을 기울여 학문을 쌓고 정밀한 연구와 깊은 사색으로 사람이 살면서 당연히 가야 하는 3백, 3천의 길이 환히 앞에 놓이도록 하고 또 하나하나 실천하고 함께 지키고 번갈아 양성하여 사욕이 행하지 않고 천리(天理)가 두루 흘러 퍼지게 하라. 그렇게 한다면 인을 체득하여 다른 사람의 어른이 되는[體仁長人] 《주역》의 뜻을 깨달아 천명(天命)을 저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가만히 보자니 풍골(風骨)이 준수하고 성기(聲氣)가 뛰어나 막힘이 없으니 더욱 자애(自愛)한다면 어찌 먼 곳에 도달하는 그릇이 되지 않겠는가. 분발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떨쳐 일어나 독실히 뜻을 넓게 펼치기를 기대한다.
주석 139)군자는……있다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140)양귀(良貴)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인의예지는 모두 하늘이 부여한 양귀(良貴)이다."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
주석 141)넓은 거처
《맹자》 〈등문공 하(滕文公下)〉의 "천하의 넓은 거처에 머물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큰길로 다닌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한 주희의 주석에서 "넓은 거처는 인(仁)이고, 바른 자리는 예(禮)이고, 큰길은 의(義)이다.[廣居, 仁也; 正位, 禮也; 大道, 義也.]"라고 하였다.
朴善長字說
朴生仁東表德以善長。蓋取大易所謂君子體仁。足以長人之義也。夫仁是天地生物之心。而人得以爲心者也。其體之大。合乎天地。其用之妙。周乎萬物。其親且切。不以食息而違之。其重且大。不以軀命而易之。以編氓之賤。得天下之良貴。以環堵之陋。處天下之廣居。以匹夫之卑。擔天下之重任。此其長人之義。不擇地而有自如者矣。至若體之之功。則小學其田地也。大學其規模也。論語孟子其樣轍也。詩書禮樂其節度也。願善長劬經績學。硏精覃思。使三百三千人生當行之路。曉然在前。又能一一實踐。夾持交養。以至私欲不行。天理周流。則可以得夫體仁長人之義。而有不負於命者矣。竊見風骨峻茂。聲氣英暢。若加自愛。安知不爲遠到之器也。發勵振作。篤實展拓。是所望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