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박선장의 자에 대한 설(朴善長字說)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박선장의 자에 대한 설
박생 인동(朴生仁東)이 선장(善長)을 자(字)로 삼았으니, 대체로 《주역》에서 말한 "군자는 인(仁)의 도리를 체득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어른이 될 수 있다."주 139)라는 뜻을 취하였다. 무릇 인(仁)은 천지가 사물을 낳는 마음이고 사람이 얻어서 마음으로 삼는 것이다. 인은 체(體)의 크기가 천지와 합하고 용(用)의 오묘함은 만물에 두루 미친다. 그 가깝고 절실함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사이라도 어길 수 없고 그 중대함은 목숨으로도 바꾸지 못한다.
편맹(編氓 평민)의 미천한 신분으로도 천하의 양귀(良貴)주 140)를 얻고 사면(四面)이 벽 뿐인 누추한 처지로도 천하의 넓은 거처주 141)에 처하며 필부(匹夫)의 비루한 처지로도 천하의 중임(重任)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것이 '장인(長人)'의 뜻이고 어느 지위에 있든 태연자약함이 있는 것이다. 인(仁)을 체득하는 공부에 대해서 말하자면 《소학(小學)》이 그 논밭이고 《대학(大學)》이 그 규모이고 《논어(論語)》, 《맹자(孟子)》가 그 궤적이고 《시경(詩經)》, 《서경(書經)》과 예악(禮樂)이 그 절도(節度)이다.
바라건대 선장(善長)은 경적(經籍)에 힘을 기울여 학문을 쌓고 정밀한 연구와 깊은 사색으로 사람이 살면서 당연히 가야 하는 3백, 3천의 길이 환히 앞에 놓이도록 하고 또 하나하나 실천하고 함께 지키고 번갈아 양성하여 사욕이 행하지 않고 천리(天理)가 두루 흘러 퍼지게 하라. 그렇게 한다면 인을 체득하여 다른 사람의 어른이 되는[體仁長人] 《주역》의 뜻을 깨달아 천명(天命)을 저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가만히 보자니 풍골(風骨)이 준수하고 성기(聲氣)가 뛰어나 막힘이 없으니 더욱 자애(自愛)한다면 어찌 먼 곳에 도달하는 그릇이 되지 않겠는가. 분발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떨쳐 일어나 독실히 뜻을 넓게 펼치기를 기대한다.
- 주석 139)군자는……있다
-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나오는 말이다.
- 주석 140)양귀(良貴)
-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인의예지는 모두 하늘이 부여한 양귀(良貴)이다."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
- 주석 141)넓은 거처
- 《맹자》 〈등문공 하(滕文公下)〉의 "천하의 넓은 거처에 머물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큰길로 다닌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한 주희의 주석에서 "넓은 거처는 인(仁)이고, 바른 자리는 예(禮)이고, 큰길은 의(義)이다.[廣居, 仁也; 正位, 禮也; 大道, 義也.]"라고 하였다.
朴善長字說
朴生仁東表德以善長。蓋取大易所謂君子體仁。足以長人之義也。夫仁是天地生物之心。而人得以爲心者也。其體之大。合乎天地。其用之妙。周乎萬物。其親且切。不以食息而違之。其重且大。不以軀命而易之。以編氓之賤。得天下之良貴。以環堵之陋。處天下之廣居。以匹夫之卑。擔天下之重任。此其長人之義。不擇地而有自如者矣。至若體之之功。則小學其田地也。大學其規模也。論語孟子其樣轍也。詩書禮樂其節度也。願善長劬經績學。硏精覃思。使三百三千人生當行之路。曉然在前。又能一一實踐。夾持交養。以至私欲不行。天理周流。則可以得夫體仁長人之義。而有不負於命者矣。竊見風骨峻茂。聲氣英暢。若加自愛。安知不爲遠到之器也。發勵振作。篤實展拓。是所望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