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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이신여 승일 에게 써 주다(書贈李信汝【承一】)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31
이신여 승일 에게 써 주다
사물은 변화를 거치지 않으면 재목감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 지혜가 밝아지지 않는다. 이것은 물리(物理)와 인정(人情)의 필연이다. 나의 벗인 이군 신여(李君信汝)는 어려서부터 준일(俊逸)한 기상을 지녔으며 융통성이 모자라거나 무언가에 얽매이는 태도가 없었다. 이 때문에 세상에 나아가고 물러나면서 시세(時勢)에 맞추어 여러 가지로 힘을 기울였지만, 운수가 궁하고 희롱이 많아 제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얻은 것이라고는 그저 끝없는 곤액뿐이었다.
무릇 어려움 하나를 겪으면 지혜가 하나 자라나고 작은 징계를 당하면 큰 교훈을 알게 된다. 지금 신여가 겪은 어려움이 몇 번이던가? 징계를 당한 것은 무슨 일이던가? 하물며 올해는 장년과 노년 사이에 놓여 있는 나이이니, 이는 바로 헛된 생각이 사라지고 진심(眞心)이 나타나며 잡념이 흩어지고 본정(本情)이 드러나는 때이다. 지금이 어찌 정도(正道)로 돌아가려는 마음이 절박할 때가 아니겠는가.
군(君)은 세상을 위해 공을 세우는 일을 사양하고 지산(芝山)의 남쪽 기슭에서 두문불출하며 몸소 부지런히 농사를 짓는 것을 성명(性命)을 보전(保全)하는 계책으로 삼기를 바란다. 간간이 백씨장(伯氏丈)과 서안(書案)을 마주한 채 함께 공부하고 경적(經籍)을 읊조리면서 자신의 진심(眞心)을 함양하고 자신의 즐거움을 누린다면, 반드시 최상의 계책이 될 것이다.
書贈李信汝【承一】
物不受變。材不成焉。人不涉難。知不明焉。此物理人情所必然也。余友李君信汝。少有雋逸之氣。無迂儒拘拘之態。是以出沒世路。周旋時故。運窮多戱。未有所諧。而所得只是無限困厄而已。夫經一難則長一智。見小懲則知大戒。今信汝之所經爲幾難。所懲爲幾事。況今年在壯衰之間。此正浮念消而眞心現。客慮散而本情露。此豈非汲汲反正之日乎。願君謝還四方之事。社門芝山之陽。躬耕力穡。以爲保全性命之策。間從伯氏丈。對床聯榻。諷詠經籍。養吾之眞。享吾之樂。未必非究竟之勝算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