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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정원경의 자에 대한 설(鄭元卿字說)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28
정원경의 자에 대한 설
원(元)은 모든 선(善) 가운데 으뜸이다.주 124) 하늘에 있어서는 큰 시작의 뜻[義]이고 사람에게 있어서는 마음을 온전히 하는 덕이다. 이것은 모든 변화의 중심이고 만물의 시초이며 무극(無極)의 은미함에 근원을 두고 천지 사이를 가득 채우고 마음의 은밀한 곳에 쌓여서 사물의 밖에 드러난다. 공자(孔子)가 이른 천지의 큰 덕주 125)이고 맹자(孟子)가 이른 하늘의 높은 작위이며 사람의 편안한 집주 126)이다. 책을 읽고 경적(經籍)을 연찬(硏鑽)하는 것은 이 이치를 분명히 하기 위함이고, 놓친 마음을 수습하고 마음을 일깨우는 것은 이 마음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이치가 분명하면 취사(取捨)가 어긋나지 않고 마음이 보존되면 운용(運用)이 어지럽지 않다. 오랜 시일에 걸쳐 익숙해지고 중간에 끊이는 일이 없다면 하늘이 부여한 큰 덕과 높은 지위가 나에게 다시 온전할 수 있다.
정군 현춘(鄭君鉉春) 원경(元卿)은 애산옹(艾山翁 정재규(鄭載圭))의 맏아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례(醮禮)를 치르고 이름을 지을 때 '춘(春)' 자로 이름을 정하고 '원(元)' 자로 자(字)를 지은 것은 커다란 의리(義理)와 커다란 부담을 자신의 임무로 책임 지우고자 함이었다. 무궁한 애정과 면려의 뜻이 참으로 이와 같았다. 내가 비록 불초(不肖)하더라도 또한 그의 아버지와 벗인 사람이다. 연연(戀戀)하는 정이 아들을 보는 것과 같은 입장에서 유독 그 뜻을 밝혀주어 만에 하나라도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경은 밤낮으로 경계(警戒)하여 명명(命名)한 이 뜻을 저버리지 말라.
주석 124)원(元)은……으뜸이다
《주역(周易)》 〈건괘 문언(乾卦文言)〉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125)천지의 대덕(大德)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천지의 큰 덕을 생이라 하고, 성인의 큰 보배를 지위라 한다."라고 하였다.
주석 126)하늘의……편안한 집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인은 하늘의 높은 작위이고 사람의 편안한 집이다."라고 하였다.
鄭元卿字說
元者善之長也。在天爲大始之義在人爲全心之德。此是萬化之機軸。品彙之權輿。原乎無極之微。而塞乎天地之間。蘊乎方寸之密。而著乎事物之表。孔子所謂天地之大德。孟子所謂天之尊爵。人之安宅。讀書窮經。所以明此理也。收放喚惺。所以存此心也。理明而取舍不差。心存而運用不亂。久久積習。無容間斷。則天之所以賦畀者。大德尊爵。可以復全於我矣。鄭君鉉春元卿。艾山翁主器也。竊念其設醮而肇錫也。名之以春。字之以元。使大義理大擔負。責之爲己任。其無窮愛勉之意。固應如此。余雖無似。亦其父友之一也。戀戀視猶之地。獨不爲之發明其義以爲萬一之助乎。惟元卿夙夜惕厲。毋負此命名之義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