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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윤인부에게 적어 보이다(書示尹仁夫)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26
윤인부에게 적어 보이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첫 번째 절도(節度)이다. 학문과 공부만 그러할 뿐만이 아니다. 보잘것없는 것을 만들어내더라도 일찍 잠들고 늦게 일어나면서 공을 이룰 수 있었던 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것이 맹자(孟子)가 선을 실천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에 대해서 모두 "닭이 울면 일어난다."주 120)라고 말한 까닭이다.
책(冊)을 마주하면 반드시 단정하고 장중하며 바른 자세로 조용히 앉아 몸을 구부리지 않고 마음을 놓치지 않으며, 보고 또 보아서 그 내용이 마치 자기의 말을 외우는 듯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그 뜻이 마치 자기의 생각을 내놓는 듯하며, 반드시 욕심을 부려서 많이 알려고 힘쓰다가 소홀히 하여 서투르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앉거나 서는 것은 반드시 공경 장엄(恭敬莊嚴)하며 한쪽으로 기울거나 태만하지 말아야 하고, 말을 하는 것은 반드시 말수가 적으며 성급하고 경솔한 말을 하거나 큰 소리로 떠들지 말아야 한다. 사람을 대하는 것은 반드시 온순함과 공경스러움을 다하여 터럭만큼이라도 오만하고 고집스럽거나 상대를 꺾으려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 되고, 터럭만큼이라도 아첨하며 따르려는 의도가 있어서도 안 되며, 일을 처리하는 것은 의리(義理)의 가부를 보아야 하고 이해(利害)의 많고 적음을 따져서 그것을 위해 진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거듭하여 하루하루 쌓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이치와 익숙해져서 근거로 삼아 힘을 얻을 곳이 있게 된다. 그러나 "요(堯)는 어떤 사람이고 순(舜)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이 장부이면 나도 장부이다."주 121)라는 마음을 북돋아 분발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그 일을 떠맡겠다는 뜻이 없다면, 앞의 저 말들 또한 억지로 안배(安排)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서 기름으로 그린 그림이고 얼음에 새긴 조각처럼 곧 사라질 뿐이다. 어찌 나의 소유라고 여기고 더불어 형이상(形而上)을 말할주 122) 수 있겠는가.
윤군 인보(尹君仁夫)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데 요체가 될만한 말 한마디를 청하였다. 내가 어리석어 지닌 것이 없는 사람이라서 오직 선현(先賢)들이 이미 한 말을 열거하여 그 마음에 답한다. 인보(仁夫)는 특별히 주의해 주기 바란다.
주석 120)모두……일어난다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새벽에 닭이 울자마자 일어나서 부지런히 선행을 힘쓰는 자는 순 임금의 무리요, 새벽에 닭이 울자마자 일어나서 부지런히 이익을 구하는 자는 도척(盜跖)의 무리이다. 순 임금과 도척의 구분을 알고 싶은가?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단지 이익을 탐하고 선행을 좋아하는 그 사이에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주석 121)요(堯)는……사람인가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성간이 제 경공에게 이르기를 '저들도 장부이며 나도 장부이니 내 어찌 저 성현들을 두려워하겠는가?'라고 하였고, 안연이 말하기를 '순 임금은 어떠한 사람이며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도 이와 같다.'라고 하였으며, 공명의가 말하기를 '주공이 문왕은 내 스승이다고 하였는데, 주공이 어찌 나를 속였겠는가?'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주석 122)더불어……말할
《논어》 〈옹야(雍也)〉에 "중인 이상의 재질을 지닌 사람에게는 차원이 높은 도를 말해 줄 수 있지만, 중인 이하의 재질을 지닌 사람에게는 그런 차원이 높은 도를 말해 줄 수가 없다."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書示尹仁夫
夙興夜寐。此是日用行己第一節度。不惟學問功夫爲然。雖小小生産作業。未有早寐晏起而能有成者。此孟子於爲善爲利。皆以雞鳴而起。言之也。對冊務要端莊。靜坐不撓體不放心。看來看去。使其辭如誦已言。思來思去。使其義如出己意。切不可貪多務廣。忽略鹵莽也。坐立務要恭莊。不可傾倚怠慢。言語務要簡黙。不可躁妄諠譁。接人務要和敬兩盡。不可一毫有傲頑忮克之心。不可一毫有阿附媚宛之意。處事當見其義理可否。不當問其利害多少而爲之前却也。如是積累。日去日來。自然心與理熟。而有得力可據之地矣。然不有堯何人舜何人。彼丈夫我丈夫。激勵振拔。抵死擔當之志。則彼所云爲。亦不過勉强安排。旋消旋滅。如脂之畵。氷之鏤而已。曷足以爲吾有而與之語上哉。尹君仁夫請一言爲日用顧諟之要。余悾悾無所有。惟是擧先賢已成底說話。以塞其意。願仁夫加意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