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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김숙견에게 써 주다(書贈金叔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19
김숙견에게 써 주다
나는 평소에 문원(文苑)에서 사람을 두루 겪어본 일이 많았다. 간혹 아름답고 훌륭한 자질이 또래보다 탁월하고 머지않아 능력을 펼치고 성취를 이룰 듯하여 안으로는 부모가 마음을 기탁하고 밖으로는 붕우(朋友)가 기대하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일이 지나면 점차 시들해져 결국에는 평범한 사람과 더불어 똑같은 전철을 밟는데 지나지 않았다. 손가락을 꼽아 일일이 헤아려보면 수많은 사람이 모두 그러하였다. 내가 일찍이 혀를 차고 탄식하면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는가를 생각하였다. 이것은 자질의 죄도 아니고 부모의 죄도 아니다. 단지 뜻이 정성스럽고 독실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김군 숙견(金君叔見) 또한 나이가 젊은 걸출한 인재가 아니라고 이를 수 없다. 사람들이 마음을 기탁하고 기대를 하는 것이 바야흐로 가볍지 않다. 다만 군(君)이 세운 뜻이 어떠한지 알지 못할 뿐이다. 만약 뜻을 세웠다면 앞길이 1만 리이니 얼마나 나아갈지 헤아릴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앞사람의 전철(前轍)을 다시 밟게 될 것이다. 숙견은 이쪽일지 저쪽일지 모르겠다. 이와 같은 것이 병통임을 알았다면 또한 어찌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즐거움이라는 것을 모르겠는가. 몸에 지닌 신묘한 비방(祕方)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힘쓰거라!
書贈金叔見
余平日在文字場。閱歷人多矣。間有良才美質。出於等夷而奮張樹立。若將有日。內而父母寄意焉。外而朋友屬望焉。及其久也。漸次銷歇。終至與尋常人。同歸一轍。屈指擧數。滔滔皆然。余嘗咄咄怪歎。以爲何故而至於斯耶。非才之罪也。非父母之過也。只是志不誠篤之致也。金君叔見。亦不可謂非少年翹楚也。人之所以寄意屬望者。方此不輕。但未知君所立之志爲如何耳。志苟立矣。則前程萬里。其進有不可量。不然。恐不免復蹈前車之覆轍。未知叔見於彼乎於此乎。旣知如此是病。則亦豈不知不如此是樂乎。肘下神方。不外於此。勉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