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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안양립에게 써 주다(書贈安良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18
안양립에게 써 주다
양립(良立)이여. 군(君)은 존선인(尊先人)께서 평소에 지녔던 뜻을 아는가? 군은 어린 나이에 부모의 상을 당하였으니 다 풀지 못한 한이 없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존선인께서 일찍이 과거(科擧)에 종사했지만, 중년에 이르러 비로소 위기(爲己)의 학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가슴 깊이 때를 놓쳤다고 탄식을 하고 이전에 놓친 것을 뒤늦게 보충하려고 생각하였다. 무릇 집안을 꾸려나가고 빈객을 접대하는 여가에 손에는 책을 놓지 않았고 입에서는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좋은 사우(士友)가 있으면 그에게 나아가는 것이 마치 지초(芝草)나 난초(蘭草)의 향기를 쫓아가듯 하였고 뛰어난 논의(論議)가 있으면 마치 고기를 좋아하듯 하였다. 천하의 영화나 부귀를 마음에 담지 않았고 세간(世間)의 득실을 귀로 듣지 않았다. 오직 사문(斯文)을 흥기하여 전철(前哲)을 잇는 것을 궁극의 가계(家計)로 삼았다.
하늘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여 도중에 세상을 떠났지만, 부모를 섬기고 집안에 법도를 보이고 몸가짐을 지키고 남들과 교유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들이 수연(粹然)한 우리 당(黨)의 위인(偉人)이었다. 아, 심혈을 기울이고 정성을 쏟아 평생에 걸쳐 쌓은 것들은 어떤 한마디 말이나 한가지 행동이 무엇인들 자손이 계승할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좋은 의견이나 훌륭한 본보기가 비록 옛사람의 오래된 전적(典籍)에 있더라도 끊임없이 사모하고 본받는 대상이 자기의 선인(先人)임에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이미 돌아가신 부모는 뒤미쳐 봉양할 수가 없으며, 뒤미쳐 봉양할 수 있는 것은 뜻을 계승하는 한 가지뿐이다. 양립이여.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이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부모를 향한 정성이 마음에 크게 일어나고 학문을 향하는 뜻도 저절로 멈추지 못할 것이다. 힘쓰거라!
書贈安良立
良立乎。君知尊先人平日之志乎。君以沖年遭故。想不無未悉之恨。尊先人早事功令。至中身。始知有爲己之學。深懷失時之歎。思欲追補前闕。凡於幹蠱接賓之餘。手不釋卷。口不絶吟。有好士友。就之如芝蘭。有好議論。悅之如芻豢。天下榮貴。不入於心。世間得失。不聞於耳。惟以興起斯文。繼續前哲。爲究竟家計。天不見弔。中途謝逝。而其著於事親刑家持身接物之間者。粹然爲吾黨之偉人。嗚呼。血心苦懇平生積累者。其一言一行。孰非爲子孫可繼之地。嘉謨懿範。雖在古人往牒。而猶慕傚之無已。況在我先人乎。已歿之親。不可追養。而所可追養者。惟繼其志一事耳。良立乎。日日之間。苟不忘此心焉。則向親之誠。油然於中。而向學之志。亦自有不容已者矣。勉旃勉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