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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오경배의 자에 대한 설(吳景拜字說)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16
오경배의 자에 대한 설
사문(斯文) 오창호(吳昌鎬)가 관례(冠禮)를 치른 지 이미 오래되었다. 처음에는 자(字)가 여주(汝周)였는데 나중에 송사(松沙) 기장(奇丈)주 102)께서 경배(景拜)로 고쳤다. 대체로 《서경(書經)》의 "우(禹)가 고요(皐陶)의 좋은 말을 듣고는 절을 하였다."주 103)에서 뜻을 취한 것이다.
시험삼아 한번 다른 사람에게서 이것을 징험해 보니,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발끈하며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여 잘못되고 그릇된 일을 문식(文飾)한 뒤에야 그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억지로 분을 참으면서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듯하지만 실제로 마음속으로는 용납하지 않다. 이것은 모두가 성실하게 선(善)을 행하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선을 행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미친 사람에게도 가려서 들을 만한 말이 있고 나무꾼에게도 물을 수 있다. 하물며 강직하게 간언(諫言)하고 보필(輔弼)하는 것이 마치 정문(頂門)에 침을 놓고 등에 채찍을 가하는 것과 같음에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사랑이 그치지 않으면 진실로 공경해야 하고 공경스러움이 그치지 않으면 진실로 절을 해야 한다. 겸허한 마음으로 뜻을 낮추고 온 마을에서 하는 말을 아울러 받아들이면 마을 전체의 훌륭한 선비가 되고, 온 나라에서 하는 말을 받아들이면 나라 전체의 훌륭한 선비가 되고, 천하에서 하는 말을 받아들이면 천하의 훌륭한 선비가 된다. 이것이 옛사람들이 백 번 절을 한 다음에 한마디 말을 듣고자 하고 천 리 먼 곳에서 가르침 하나를 구했던 까닭이다.
아, 대우(大禹)는 성인이었건만 좋은 말을 들으면 절을 하였다. 하물며 그보다 못한 사람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원하건대 경배는 '좋은 말을 들으면 절을 한다.'라는 부적(符籍)을 학문 세계에 진입하는 나침판으로 삼아 부지런히 노력하고 착실히 법도를 지켜나가 천하의 선(善)이 모이고 빠트림이 없는 경지에 이르기를 바란다. 이것이 어찌 송사 장(松沙丈)께서 진중하게 이름을 정한 뜻이 아니겠는가.
주석 102)송사(松沙) 기장(奇丈)
기우만(奇宇萬, 1846~1916)이다. 본관은 행주(幸州), 자는 회일(會一), 호는 송사(松沙)이다. 참봉을 지내 기 참봉으로 불렸으며, 호남의 거유(巨儒) 기정진(奇正鎭)의 손자로 그 학업을 이어받아 문유(文儒)로 추앙받았다.
주석 103)우(禹)가……하였다
《서경》 〈고요모(皐陶謨)〉에 "우가 고요의 좋은 말을 듣고는 절하며 옳다고 하였다."라는 말이 나오고,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우는 좋은 말을 들으면 절을 하였다."라는 말이 나온다.
吳景拜字說
吳斯文昌鎬。冠已久矣。表德初以汝周。後松沙奇丈改以景拜。蓋取書經禹拜昌言之義也。嘗驗之於人。聞有一言逆耳。無不勃然而怒。嘵嘵然。文其過餙其非而後已。不然則强意忍忿。外若容受而內實氷炭矣。此皆無誠實爲善之心故也。如有誠實爲善之心。則狂夫可擇。蒭蕘可詢。況强諫直輔。若針頂鞭肯之爲耶。愛之無已。固當敬之敬之無已。固當拜之。虛心遜志。兼受一鄕之言。則爲一鄕之善士。受一國之言。則爲一國之善士。受天下之言。則爲天下之善士。此古人所以乞一言於百拜之餘。求一敎於千里之遠者也。嗚呼。大禹聖人。猶拜昌言。況其下者乎。願景拜以拜昌言三字符。爲入學指南。勉勉循循。以至於集天下之善而無闕焉。則豈非松沙丈珍重命名之意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