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민자경에게 적어 보이다(書示閔子敬)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12
민자경에게 적어 보이다
집안에서의 일상생활은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들며 어버이를 봉양하는 것이 낮 동안의 첫 번째 일이다. 몸은 먼지와 때를 깨끗이 씻어내어 더럽게 하지 말고, 의관(衣冠)은 단정하게 정리하여 흐트러트리지 않게 하고, 집안은 깨끗하게 청소하여 산만하거나 난잡하게 하지 않고 책상은 가지런히 정리하여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용모와 몸가짐은 매우 단정하고 낯빛은 매우 엄숙하고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는 매우 장중하고 말하는 것은 매우 장엄하고 남을 대하는 태도는 온순하고 공경스럽기에 힘쓰고 일을 처리하는 것은 의(義)와 이(利)를 변별한다.
모든 일상생활에서 자신과 집안에 무익한 일을 헤아려 일체 제거해야 하니, 예를 들자면 쓸데없는 출입과 쓸데없는 말 따위가 그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전심치지(專心致志)하여 의미(意味)와 종지(宗旨)를 궁구하기에 힘쓰고 대강만 훑어보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간혹 생각해보아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그때그때 적어 놓아 나중에 질문할 기회를 기다린다. 독서와 궁리(窮理)의 여가에는 늘 정신을 보양(保養)하여 깊이 생각하는 듯 진지한 태도를 취한다.
대체로 하루 열두 시각 자신을 일깨우고 각성하여 조금도 방탕 안일(放蕩安逸)하지 않는다면 마음이 저절로 보존될 것이다. 마음이 보존되면 대본(大本)이 확립된다. 주자(周子 주돈이(周敦頤))는 이르기를, "지극히 고귀한 것이 도(道)이고 지극히 존귀한 것이 덕(德)이다."주 84)라고 하였다. 주자(朱子)는 이르기를, "세상만사는 잠깐 사이에 바뀌고 사라지니 모두 마음에 둘 필요가 없고 오직 궁리(窮理)와 수신(修身)을 구경법(究竟法)으로 삼아야 한다."주 85)라고 하였다. 아, 힘쓰거라! 마을에 흔히 보이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데 그치지 말라.
주석 84)지극히……덕(德)이다
주돈이(周敦頤)의 《통서(通書)》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85)세상만사는……한다
《주자전서(朱子全書)》 권1 학일(學一) 〈소학(小學)〉에 "세간의 온갖 일은 잠깐 사이에 변화하여 없어지는 것인 만큼 모두 가슴속에 담아 둘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오직 궁리하고 수신하는 것이야말로 구경법이라고 하겠다.[世間萬事, 須臾變滅, 皆不足置胸中. 惟有窮理修身, 爲究竟法耳.]"라고 하였다.
書示閔子敬
居家夙興夜寐。昏定晨省。爲日間第一事。在身則洗濯塵垢。毋令汚穢。在衣冠則整齊緊束。毋令寬慢。在室庭則灑掃潔淨。毋令殽雜。在几案則秩秩整勑。毋令紛散。容體極其端莊。顔色極其齊肅。坐立極其凝莊。言語極其簡重。接人務令和敬。處事辨別義利。凡日用之間。度其無益於身事家事者。一切裁省。如閒出入閒說話之類是也。讀書則專心致志。務窮義趣。不可涉獵放過。其或有思不得處。隨卽箚記。以俟後日質問。讀書窮理之餘。常常休養精神。儼然若思。大抵一日十二時。提撕警覺。母令少有放逸。則心自存。心存則大本立矣。周子曰。至貴者道。至尊者德。朱子曰世間萬事。須臾變滅。皆不足置胸中。惟有窮理修身爲究竟法。嗚呼勉之。母止爲閭巷間尋常人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