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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오영지의 자에 대한 설(吳永之字說)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10
오영지의 자에 대한 설
무릇 인정(人情)은 나쁜 점을 미워하고 훌륭한 점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몸과 마음을 다해 애를 써서 훌륭한 점을 키우는 쪽으로 나아가게 하는 방법은 지극히 미세한 부분까지 따지고 터럭만큼도 헤아려 조금씩 조금씩 쌓아가고 한칸 한칸 더하여 반드시 천 리 멀리 뻗어나가고 만 장(丈)에 이르도록 높이 쌓고자 하여야 한다. 그러나 키우는 방법에는 가함과 불가함이 있으니 가한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키우는 방도가 도리어 줄이는 것이 된다. 곤궁함과 통달함, 높고 낮은 우열은 사물의 장단(長短)이고 선악(善惡), 사정(邪正)은 이치의 장단이다.
천하의 사물은 모두 형통하기만 하고 막히지 않거나 높아가기만 하고 낮아지지 않은 법은 있을 수 없다. 이는 본래 처음 생겨났을 때 얻은 것이고 지력(知力)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천하의 이치는 본래 모두 지선(至善)하고 악(惡)이 없으니 이 또한 처음 생겨났을 때 얻은 것이고 터럭만큼도 이지러트릴 수 없는 것이다. 저쪽에서 잘한 것이 많더라도 이쪽의 잘못을 보충할 수 없지만, 안에서 힘입은 것이 이미 깊다면 외부의 가벼운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사람은 그 물체를 볼 수는 있어도 그 이치를 보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각기 잘하는 것을 지키면서 스스로 만족해한다. 이는 마치 철 따라 나타나는 곤충이나 철새가 어지럽게 다투듯 울어대다가도 순식간에 아득히 사라져 버리는 것과 같다.
아, 하늘과 땅이 장구(長久)한 까닭, 해와 달이 항구(恒久)한 까닭, 험준한 산이 무너지지 않는 까닭, 강과 바다가 마르지 않는 까닭, 사람의 병이(秉彝)가 추락하지 않은 까닭은 과연 어째서인가? 이것이 예부터 뜻을 지닌 선비가 두려워하고 분발하여 물루(物累)에 얽매지 않고 형해(形骸)에 구애되지 않으며 천하의 넓은 집에 거처하고 천하의 큰길[大道]을 다니며 천하의 대장부가 된주 78) 다음에야 멈추었던 까닭이다. 일상을 떠나지 않아도 존재하고주 79) 다른 사람에게서 구하지 않아도 풍족하고 집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교화를 이루고주 80) 처신은 매우 간략하면서도 지극히 광대하고 힘쓰는 바는 매우 비근하면서도 지극히 장대하니, 이것이 삶과 죽음을 떠나 끝까지 추구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일이다.
《주역(周易)》에 "항(恒)은 형통하다."주 81)라고 하고, 또 "원서(原筮)하여 크고 떳떳하고 올곧다."주 82)라고 하였다. 오군 장섭(吳君長燮)이 영지(永之)를 자(字)로 삼았으니 장구하고 항구한 뜻에 대해서 반드시 구별하고 힘을 쏟은 바가 있을 것이다. 삼가 나 자신의 고루함을 잊고 설(說) 한 편으로 거듭 면려한다.
주석 78)천하의……대장부가 된
《맹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천하의 넓은 집[仁]에 거처하고, 천하의 바른 자리[禮]에 서며, 천하의 대도[義]를 행하여, 뜻을 얻으면 백성과 함께 그것을 행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를 행하기에, 부귀가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못하고, 빈천이 그 절개를 바꾸지 못하며, 위세나 무력이 그 지조를 꺾을 수 없을 때, 이를 일러 대장부라 한다."라고 한 데에서 온 말이다.
주석 79)일상을 떠나지 않아도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 "말은 평이하면서도 뜻은 심원한 것이 좋은 말이고, 지키기는 간단해도 베풀어질 수 있는 것이 좋은 도이니, 군자의 말은 눈앞의 일상을 얘기하지만 거기에 도가 있다."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한 주희의 주에 "옛사람들은 시선이 허리띠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허리띠 위는 바로 눈앞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지극히 가까운 곳이다.[古人視不下於帶, 則帶之上, 乃目前常見至近之處也.]"라고 하였다. 이는 군자의 말은 눈앞에 보이는 일상적인 일을 말하지만 도는 항상 여기에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주석 80)집을……이루고
《대학장구》 전 9장에 "군자는 집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나라에 교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니, 나의 효(孝)를 신하가 본받으면 임금을 잘 섬기게 되고, 제(弟)를 본받으면 장관을 잘 섬기게 되고, 자(慈)를 본받으면 대중을 잘 부리게 된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81)항(恒)은 형통하다
《주역》 항괘 괘사(卦辭)에 보인다.
주석 82)원서(原筮)하여……올곧다
《주역》 〈비괘 단(彖)〉에 "원서(原筮)하여 크고 떳떳하고 올곧아야 허물이 없다고 한 것은 강중(剛中)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吳永之字說
夫人之情。莫不惡短而好長。其所以勞心勞力。使之趨於長長者。錙銖計量。毫釐揣摩。分分增累。寸寸附益。必欲引而至於千里之遠。築而至於萬丈之崇。然長有可不可。苟不擇其可。則其所以長之。適以短之。窮通軒輊。物之短長也。善惡邪正。理之短長也。天下之物。不能皆通而不窮。皆軒而不輊。則此固得於有生之初。而不可以知力推移者也。天下之理。本皆至善而無惡。則此亦得於有生之初。而不可以絲毫虧欠者也。得於彼者雖多。而不足補此之失。資於內者旣深。則可以見外之輕。但人能見其物。而不能見其理。是以各占所長。自多爲得。如候䖝時鳥。紛然競聒。而須臾之頃。漠然無有也。嗚呼。天地之所以長永。日月之所以恒久。山嶽之所以不頹。河海之所以不渴。人彛之所以不墜。其故果何爲哉。自古有志之士。所以惕勵奮拔。不囿於物累。不局於形骸。而居天下之廣居。行天下之大道。爲天下之大丈夫而後己者也。不下帶而存。不求人而足。不出家而成。所處至約而至廣。所務至近而至長。此是生死究竟太上第一着也。易曰。恒亨。又曰。原筮元永貞。吳君長燮。表德以永之。其於長永常久之義。必有所擇而用力者矣。謹以一副說。忘其固陋。而重加勉焉。